품질에 하자가 있는 수업용 칠판을 비싼 값에 사주는 대가로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초중고 교장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4일 특정업체의 칠판을 구매하면서 사례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서울 모 초등학교 교장 김모(61)씨 등 서울ㆍ경기 지역 전ㆍ현직 교장 및 행정실장 18명을 붙잡아 14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4명을 해당 교육청에 통보했다.
또 업체와 학교를 연결시켜주고 납품가의 25%를 받은 브로커 24명을 알선수재 혐의로 입건하고 이중 경기 모 초등학교 학교운영위원장 추모(49)씨 등 2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직 교장ㆍ교감이나 행정실장 등이 대거 포함된 브로커 24명은 2005년부터 최근까지 칠판업체인 D사 회장 박모(58ㆍ구속영장 신청)씨의 청탁을 받고 친분이 있는 교장과 행정실장에게 접근해 칠판 납품을 성사시키고 최고 1억2,000만원, 총 7억1,700만원을 받았다.
교장과 행정실장들은 5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을 받고 교구선정위원회나 품평회를 열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해당 칠판을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또 D사의 납품 단가를 불법으로 올려주고 향응을 받은 조달청 공무원 이모(41)씨에 대해서도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는 지난해 11월 D사의 칠판 조달단가 계약서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99만원짜리 칠판 가격을 110만원으로 올리는 등 최고 18.5%까지 가격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가격을 부풀린 D사 제품은 8개월 동안 수도권 학교 350여 곳에 3,533개가 납품돼 38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경찰 조사 결과 D사가 납품한 칠판의 빛 반사율은 정부 권고치보다 5배 이상 높아 학생들 눈에 큰 부담을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업체 측은 이런 사실을 숨기기 위해 학부모기자단이 운영하는 신문사의 발행인 조모(47ㆍ여)씨와 편집주간 서모(54ㆍ여)씨에게 1,500만원을 건네고 자사 제품이 최상급이라는 내용의 홍보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 신문사 관계자 2명도 배임수재 혐의로 입건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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