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1994년 같은 조항에 대해 재판관 8대 1의 압도적 차이로 합헌 결정을 내렸던 헌재가 15년 만에 판단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헌재는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이 조항의 효력을 인정함에 따라 법 개정 때까지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헌재는 24일 '해가 뜨기 전이나 진 후에는 옥외집회를 금지하고, 필요한 경우 관할 경찰서장이 이를 허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 집시법 제10조에 대해 위헌 5, 헌법불합치 2, 합헌 2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위헌 의견을 낸 이강국ㆍ이공현ㆍ조대현ㆍ김종대ㆍ송두환 재판관은 "야간 옥외집회에 대한 허가를 규정한 것이므로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밝혔으며,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민형기ㆍ목영준 재판관은 "입법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지만 금지 시간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고 밝혔다.
헌재는 집시법 제10조 위반에 따른 벌칙 조항인 집시법 제23조 1호도 헌법불합치로 판단했다. 그러나 헌재는 국회가 해당 조항들을 개정할 때까지 내년 6월 30일까지만 한시적으로 해당 조항을 적용하도록 해, 당장 야간 옥외집회가 허용되지는 않는다.
헌법불합치란 헌재가 법률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법의 공백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해당 법률을 존속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번 사건에서는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이 절반을 넘었지만, 위헌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 6인에 미치지 못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앞서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박재영 판사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의 신청을 받아들여 "집시법 제10조가 야간 옥외집회를 사전허가제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한편, 참여연대는 25일 오후 7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헌재 결정을 환영하는 야간 옥외집회를 열기로 하고 종로경찰서에 집회허가 신청을 했다. 그러나 경찰은 헌재가 법 개정 때까지 현행 법의 적용을 인정한 만큼 이를 불허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충돌이 예상된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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