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부터 정확히 30일째. 한 달 동안 '비룡군단'은 패배를 잊었다. 18경기를 치르는 동안 12회 연장 끝에 무승부로 끝난 16일 잠실 LG전을 제외하고 17경기를 내리 승리로 이끌었다.
17연승. 지난 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에서 어느 팀도 달성하지 못했던 '꿈의 기록'을 SK가 해냈다. SK는 23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7-4로 또 다시 승리했다.
이미 '지는 법을 잊은' 그들은 강했다. 삼성 선발 박민규의 컨트롤 난조를 파고들어 1회에만 4개의 볼넷을 얻어내며 3득점해 기선을 제압했다. 삼성이 3회초 신명철의 솔로홈런으로 5-3, 2점 차까지 추격하자 4회말과 5회말 각각 1점씩 추가해 삼성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중간계투진은 견고했고, 마무리도 깔끔했다. 도저히 빈틈이 보이지 않는 전력. 한 달 동안 어느 팀도 그들을 꺾지 못할 만한 이유는 분명했다.
에이스 김광현과 팀의 중심 박경완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지만 혹독한 훈련으로 단련된 '젊은 SK'는 최강이었다. 선발진은 흔들렸고 마무리도 일정치 않았지만 위기 때마다 빛을 발하는 그들의 저력은 한국시리즈를 2연패한 팀다웠다.
이제 SK는 74년 역사의 일본프로야구 최다연승 기록인 18연승에도 1경기 만을 남겨놓았다. 1954년 난카이 호크스(현 소프트뱅크)와 1960년 다이마이 오리온스(현 지바롯데)가 18연승을 기록한 적이 있다. 메이저리그 최다연승 기록은 1926년 뉴욕 자이언츠가 기록한 26연승이다.
SK의 기록적인 연승 행진은 매직넘버 '1'을 남겨둔 선두 KIA의 우승 축포마저 멈추게 했다. SK가 78승6무47패로 KIA(79승4무48패)를 1경기 차로 추격했으나 KIA가 24, 25일 히어로즈와의 2연전에서 1승만 거두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다.
한편 삼성이 SK 연승의 제물이 되면서 이날 경기가 없었던 4위 롯데는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두 팀의 승차가 1.5경기로 늘어나면서 삼성(64승67패)이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기고 롯데(66승66패)가 마지막 1경기를 지더라도 두 팀은 동률이 돼 상대전적(11승8패)에서 앞선 롯데가 4위를 차지한다. 삼성은 이날 패배로 1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목동에서는 히어로즈가 이현승의 7이닝 1실점 역투를 앞세워 두산을 6-1로 꺾었다. '회장님' 송진우의 은퇴경기가 열린 대전에서는 한화가 LG를 4-2로 따돌렸다. 송진우는 선발등판 해 첫 타자 박용근에게 내야안타를 내준 뒤 곧바로 류현진과 교체돼 마운드와의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인천=허재원 기자 hooah@hk.co.kr
양준호기자 pir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