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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인프라가 강한 금융 만든다/ <중> 대출 후에도 개인 신상변화까지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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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인프라가 강한 금융 만든다/ <중> 대출 후에도 개인 신상변화까지 추적

입력
2009.09.24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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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 대기업 김모(33) 대리는 최근 회사 동료와 함께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예상치 못한 일을 당했다. 나이도 직급도 연봉도 같은 동료보다 대출한도가 500만원이 적게 나왔기 때문. '뭔가 잘못됐을 것'이라고 따졌지만, 은행이 내보인 '물증'앞에 결국 두 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다. 최근 카드론으로 빌린 100만원이 은행 신용평가시스템인 CSS(Credit Scoring System)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던 것. 은행 직원은 "급전 성격의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을 쓰면 신용평가에 마이너스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2. 주부 최모(45)씨는 최근 친구가 영업실적을 올려야 한다며 카드 가입을 부탁하는 바람에 마지못해 가입신청서를 써줬다. 발급만 받고 쓰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하지만 최씨는 카드 자체를 발급받지 못했다. 카드사 측에서 '신용등급에는 문제가 없지만 가입자가 사용 의사가 없다면 발급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해 왔기 때문. 카드사들이 최근 개인 신용등급은 물론 고객의 소비행동에까지 등급을 매겨 최악의 경우 카드 발급 자체를 거부하고 있을 정도로 엄격하게 신용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국내 금융권의 개인신용 관리 능력이 '꽤 괜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년 전 외환위기, 5년 전 카드대란 때를 생각해보면, 이번 금융위기 때도 가계부실이 늘어나고 신용불량자가 양산돼야 정상일 것 같은데, 실상은 전혀 딴판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은행과 카드사들의 가계 연체율은 지난해 말보다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그만큼 우리 금융회사들이 리스크를 잘 관리했다는 의미인데, 전문가들은 '달라진 리스크 관리'의 원동력으로 신용평가시스템의 진전을 꼽고 있다.

실제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CB의 신용등급 기준은 연체나 채무불이행 등 네거티브(부정적)한 정보 위주로 신용등급을 10등급으로 나누는 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CB들의 정보 수집 능력이 강화되면서 개인신용등급 차제가 빠르게 세분화되고 있다. CB들이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다른 금융기관의 우량정보(대출상환이력, 이자납부실적, 카드사용실적 등)까지 제공함에 따라 개인신용평가의 객관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출을 상환했다 하더라도 상환액과 기간에 따라 다시 나누고, 카드사용도 과거 같은 경우 무조건 많이 쓰면 신용점수를 많이 받았지만 이제는 특정 달에 많이 쓸 경우 오히려 감점을 하는 식으로 관리를 하는 것이다.

신용평가도 상당히 세분화됐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신용평가의 대부분은 고객이 대출 신청시점에 가진 정보만 주로 고려했지만 최근에는 고객이 대출 후에 어떻게 관리하고, 신상에 변화가 있는 지에 대해서도 추적하며 깐깐하게 평가 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A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을 빌린 고객이 갑자기 돈을 빼내거나, 대부업체에서 돈을 추가로 빌릴 경우 행동신용평가에 패널티를 줘 향후 대출연장을 못하게 신용등급을 낮추는 식이다.

더욱이 CB들이 대부업체나 저축은행 , 카드사등 특정 금융업에 특화된 정보를 제공하면서 신용정보의 객관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신용정보회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관계자는"최근 들어 CB들이 특화된 정보를 제공하면서 신용정보의 신뢰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여기에 금융기관들의 신용분석 능력까지 더해지면서 신용 리스크를 상당 부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정보의 관리 강화는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 질의 확대로 나타나고 있다. 은행들은 객관적인 신용정보를 통해 다양한 맞춤형 상품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같은 1등급이라도 직업과 소득, 거래 내역은 물론 지역에 따라 소비자들이 필요한 상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제 은행의 경쟁력은 자산 크기가 아니라 신용정보의 관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은행의 리스크를 관리함과 동시에 신규고객을 창출하는데 있어 개인 신용정보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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