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도부가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원안 추진'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정운찬 총리 후보자의 원안 수정 가능성 시사로 인해 정국의 핵심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여당 지도부가 잇따라 입장을 내놓는 것이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정몽준 대표는 23일 KBS 라디오에 출연, 세종시 문제에 대해 "너무 오래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원안대로 처리하면서 야당과 협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21일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당론은 원안대로 추진하는 것이다. 약속한 사안이기 때문에 쉽게 변경할 수 없다"고 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 "세종시 원안 추진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몇 부 몇 청이 가느냐 하는 것은 행정부 고시에 의해 결정되므로 국회에 권한이 없지만 한나라당이나 대통령이 지금까지 국민에게 약속한 것처럼 원래대로 (세종시로) 보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9부2처2청이 모두 가는 것을 뜻하느냐'는 질문에 "당연한 얘기"라고 답했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말하는 원안은 일단 세종시의 법적 지위를 광역자치단체 수준의 '특별자치시'로 규정하는 '세종특별자치시 설치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을 의미했으나 안 원내대표의 언급은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부처 이전 규모에 대해서도 '9부2처2청'이라는 원안 추진을 명시한 것이다.
김성조 정책위의장도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세종시 원안 추진은 17대 대선과 18대 총선 때 한나라당 공약이고, 지금도 원안 통과가 당론"이라며 "정 총리 후보자의 세종시 관련 발언은 개인적 소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여당 지도부의 연쇄 발언에는 우선 세종시 논란이 확대되는 것을 일정 부분 차단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당으로선 충청권 민심이 흔들리는 것을 부담스러워 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정 총리 후보자로 인해 확산된 논란을 어떻게든 진정시키려는 차원인 것이다.
한편으로는 여권 핵심부가 실제 원안 추진으로 방향을 정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해볼 수 있다. 즉 여권이 겉으로 '원안 추진'을 강조하면서도 물밑으로는 교육과학도시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던 기류에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여당 핵심 당직자는 "큰 흐름을 되돌리긴 어렵지만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논의하자는 방침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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