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물 문제를 다룰 국제적 거버넌스(관리∙감독) 체제 구축을 제안했다. '물 관리'의 중요성을 새 환경 이슈로 제시한 것이다.
이 제안은 국제사회의 물 문제 대처 과정을 한국 주도로 이끌어보자는 취지에서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물 문제 국제 거버넌스 구축 제안은 이 대통령이 처음 제시한 것"이라면서 "기존 물 관련 기구를 유기적으로 결합, 종합적인 처방을 내리자는 게 이 대통령의 구상"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 제안은 물과 관련된 국제기구가 유엔환경계획(UNEP) 유엔개발계획(UNDP) 식량농업기구(FAO) 등 25개에 달하고 국제단체도 12개나 있지만, 이들이 총체적이고도 입체적인 물 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이 대통령 제안에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특히 정부는 장기적으로 물 관련 국제기구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를 확대하고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자는 차원에서 기획됐다.
하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구촌 물 문제를 종합 관리할 국제기구가 설립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래서 정부는 국제기구 설립 여부와 상관 없이 물 문제 해결 국제기여도를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먼저 '동아시아 기후 파트너십' 지원액 2억 달러 중 절반을 아시아지역 물 관련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 배정키로 했다.
이 대통령이 유엔에서 물 문제를 강조한 것은 국제사회 주도권 확보라는 측면과 함께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당위성을 우회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는 국내용 전략을 함께 고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유엔 총회에 참석한 중국과 캐나다 정상들을 잇달아 만나면서 릴레이식 양자회담을 벌였다. 이어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와도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가진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방북 성과와 북핵 문제에 대한 공조 방안 등이 의제로 올랐다. 이 대통령은 최근 자신이 밝힌 북핵 문제 해법 '그랜드 바겐'(큰틀에서 주고받기)의 필요성을 집중 설명했다. 후 주석은 북핵 문제를 조기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틀의 공감을 표시했다.
여기서 후 주석은"전반적으로 북한이 미국과의 양자대화, 혹은 어떤 형식으로든 다자회담을 진행하려고 하는 의사를 갖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후 주석의 발언은 북한이 말한 다자회담이 6자회담을 바로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암시한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G20 정상회의에서의 양국 협력, 상호 교류 증진 방안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양 정상은 인적 교류 증진과 에너지∙자원 협력 확대 등의 실질적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이뤘다.
뉴욕=염영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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