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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생태계 살리려다 그 바다에 스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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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생태계 살리려다 그 바다에 스러지다

입력
2009.09.24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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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신입 연구원 2명이 들어와 올 연말에는 정말 제대로 된 국립공원 해양생태 보고서를 낼 수 있겠다며 희망에 차 있었는데…."

23일 국립공원관리공단 연구원 해양연구센터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들을 모두 잃고 홀로 남은 박기현(30) 연구원은 충격과 슬픔에 말을 잇지 못했다.

전날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국립공원 하섬에서 해양생물 조사를 하다 실종된 해양센터 연구원 명 가운데 김광봉(46) 센터장과 남병훈(31) 연구원이 이날 오전 11시35분께 하섬 남서쪽 500m 해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함께 실종됐던 이기훈(28) 연구원은 이날 늦도록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김 센터장 일행이 하섬으로 들어간 것은 22일 오전. 해안에서 1㎞ 정도 떨어진 하섬은 썰물 때 바닥이 드러나는 이른바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 걸어 들어갈 수 있다. 이들은 따개비 등 암반지대에 서식하는 무척추동물 현황을 조사한 뒤 자정 무렵 썰물 때 섬을 빠져나올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날 오후부터 연락이 끊겼다. 교육을 가는 바람에 하섬에 동행하지 못한 박 연구원으로부터 "전화 연결이 안된다"는 연락을 받은 공단 변산사무소는 해안도로에서 이들이 타고 갔던 스타렉스 승합차와 스포티지 승용차를 발견하고 밤늦게 군산해경에 실종 신고를 했다. 해경의 수색작업에 실낱 같은 희망을 품은 것도 잠시, 김 센터장 등 2명은 싸늘한 시신이 되어 바다 위로 떠올랐다.

해경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경위는 더 조사를 해봐야 하지만 연구원들이 물때를 약간 놓쳐 물살이 빠른 밀물에 휩쓸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들이 섬에 들어간 직후인 22일 오후 1시께부터 전화 통화가 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암반지대에서 따개비 등을 조사하다 큰 파도에 휩쓸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해양센터는 바다 국립공원의 자원 조사와 관리 방안 연구를 담당한 곳으로, 2007년 9월 전북 남원에서 문을 열었다. 당시 센터 식구는 김 센터장과 갓 입사한 박 연구원 둘 뿐이었다.

이들은 그 해 12월 태안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하자 태안해안국립공원 생태계회복추진팀에 파견돼 1년간 해양자원 피해 조사에 매달렸다. "센터장님과 태안읍의 추진팀 사무실에서 해수욕장까지 1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같이 오갔어요. 초년병인 제게 친형님처럼 자상하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는데…."

이 조사를 계기로 해양센터는 지난 8월 태안으로 옮겼다. 앞서 7월에는 각각 부경대와 원광대 석사 출신인 남병훈, 이기훈 연구원을 새 식구로 맞았다. 별도 사무실도 없이 공단 태안해안사무소에 더부살이를 하는 처지였지만, 사람이 늘면서 의욕은 한층 높아졌다. 연말 국립공원 생태계 보고서를 내기 위한 조사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섬 조사도 이 보고서를 위한 작업의 하나였다.

박 연구원은 "3주 전 센터장님과 둘이서 하섬에서 무척추동물 1차 조사를 했는데 워낙 생물이 다양해 보충 조사를 하러 간 것"이라면서 "제가 교육에 참여하느라 신입 연구원 2명이 동행했는데 이렇게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눈물을 떨궜다.

해양센터 연구원들은 그동안 센터의 방 2개에서 합숙 생활을 해왔다. 김 센터장의 부인과 초등학생 딸은 고향인 부산에 살고 있고, 미혼인 남병훈, 이기훈 연구원도 각각 부산과 남원의 가족과 떨어져 지내다 화를 당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연구원들의 바다 사랑과 열정 덕에 꾸준히 성장해온 해양센터는 졸지에 식구들을 잃고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됐다.

부안=최수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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