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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국제다큐영화제 심사위원장 톰 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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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국제다큐영화제 심사위원장 톰 앤더슨

입력
2009.09.24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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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지지 않은 진실, 그것이 다큐멘터리의 힘이지요. 현실은 상상보다 더 풍부하니까요. 다큐멘터리에서 중요한 것은 거짓 없는 삶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21일 개막한 제6회 EBS국제다큐영화제(EIDF 2009)의 심사위원장 톰 앤더슨(66)은 다큐멘터리의 장점이자 핵심으로 진실성을 강조했다. 그는 "다큐멘터리는 사실을 기록하고 묘사해 사회에 보고하는 것"이라며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으로서 예술의 역할을 환기시켰다.

"우리는 어떤 현상이나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각자 익숙한 방식으로, 기대하는 것을 보려고 하지요. 예술은 낯선 것, 인식되지 않은 현실을 보는 것입니다.

익숙한 방식으로만 보기 때문에 당연시하는 것, 놓치거나 왜곡하는 것들을 바로잡는 것이 예술입니다. 다큐멘터리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서 새롭게 인식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정치적일 수 있죠.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일종의 이상향을 꿈꾸는 것입니다."

영화감독 겸 비평가이자 캘리포니아예술대학 교수로 영화제작을 가르치는 그는 요즘 미국에서는 다큐멘터리 제작과 관객이 늘고 극장에서도 많이 상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요즘 할리우드 영화는 만화 갖고 많이 만들잖아요? 거기에는 진짜 사람 이야기가 없어요. 삶의 진실이 빠진 그런 영화는 공허하죠. 관객들은 할리우드 영화가 잃어버린 감정적 진실을 다큐멘터리에서 찾고 있어요.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대표적이죠."

그는 미국 다큐멘터리의 정형화 경향과 거기서 벗어난 새로운 흐름도 설명했다. "미국 다큐멘터리는 크게 두 가지 정형성을 띱니다.

재즈의 역사, 야구의 역사 등 학구적인 교양물인 공영방송형과, 줄거리와 긴박감이 있고 음악도 많이 써서 재미있게 만든 극장상영용이 그것이죠. 상황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 '직관적 카메라'로 전통적 다큐멘터리를 찍는 감독은 이젠 찾아보기 힘들어요.

가르치거나 극적이거나, 둘 중 하나죠. 그런 정형성에서 벗어난 새로운 다큐멘터리가 '에세이 필름'입니다. 객관적 다큐멘터리와 개인적 감성을 결합하는 크리스 마커, 일기 쓰듯 현실을 기록하는 지나 킴(한국인 감독 김진아)이 그런 작업을 하고 있죠."

그가 연출한 '로스앤젤레스는 스스로 연주한다'는 2003년 밴쿠버영화제 최고작품상, 빌리지 보이스 영화평론가협회 최고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할리우드 영화에 비친 로스앤젤레스의 왜곡된 상을 기존 영화 장면들을 편집해서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와 반대로 그의 최근작 '차에서 내려'는 로스앤젤레스의 진짜 얼굴을 찍은 다큐멘터리다. 그는 23일 EBS스페이스에서 '할리우드를 넘어'라는 주제로 마스터클래스를 열어 이 작품을 선보였다.

EBS국제다큐영화제는 27일까지 계속된다. 세계의 우수 다큐멘터리 50여편을 EBS 채널로 하루 9시간씩 방송하고, EBS스페이스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도 상영한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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