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건강검진을 받은 이진호(33)씨는 고지혈증진단을 받았다. 검진표에는 '총 콜레스테롤 242㎎/㎗, 중성지방 175㎎/㎗, 고밀도 콜레스테롤(HDL) 45㎎/㎗, 저밀도 콜레스테롤(LDL) 162㎎/㎗'라고 적혀 있었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었다. 도움말에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니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라'고만 적혀 있었다. 도무지 어떻게 하라는 소리인지….
이씨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분석하면 200㎎/㎗ 미만으로 유지해야 할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242㎎/㎗로 높다. 중성지방도 150㎎/㎗ 미만이어야 하지만 175㎎/㎗로 높은 편이다.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은 60㎎/㎗ 이상이어야 하는데 45㎎/㎗로 낮고,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은 130㎎/㎗ 미만이어야 하는데 162㎎/㎗로 높다. 따라서 검진표에 적혀 있는 내용은 '좋은 콜레스테롤은 적고, 나쁜 콜레스테롤은 많으므로 기름진 식사를 피하고 정기적으로 운동하라'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 HDLㆍLDL이란
HDL은 혈액 속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운반해 분해되게 하므로 흔히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린다. 반면 LDL은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을 쌓아 혈액 순환을 방해하는 탓에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린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는 "HDL은 높을수록, LDL은 낮을수록 좋다"며 "LDL이 많으면 동맥경화가 생겨 고혈압 뇌졸중 협심증 남성성기능장애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학협회는 "LDL 상한선을 기존 130㎎/㎗에서 100㎎/㎗ 이하로 낮춰야 한다"며 강화한 지침을 최근 발표했다.
나쁜 콜레스테롤 LDL은 혈중 농도가 10㎎/㎗ 늘어날 때마다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을 20% 가량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좋은 콜레스테롤 HDL은 1㎎/㎗ 감소할 때마다 발생률이 2~3%씩 상승한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고영국 교수는 "갓 태어난 아기나 과거 농경 사회에서 육식을 거의 하지 않고 살았던 사람들은 LDL 수치가 50㎎/㎗에 불과했지만 현대인은 서구화한 식생활로 100㎎/㎗ 정도까지 높아져 있다"며 "갓난 아기나 농경 사회 사람들이 LDL 수치가 낮아서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던 만큼 현대인도 LDL 수치를 그 정도(50㎎/㎗)까지 낮추는 게 좋다"고 말했다.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시점은 위험 요소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다. 위험 요소는 고혈압, 흡연, HDL 40㎎/㎗ 미만, 고령(남 45세ㆍ여 55세 이상), 가족력(가족 중 남성 55세ㆍ여성 65세 미만일 때 심근경색 뇌졸중을 앓은 사람이 있는 경우) 등 5개다. 위험 요소가 없거나 1개 있는 사람이라면 LDL 수치가 160㎎/㎗ 이상, 2, 3개 있으면 130㎎/㎗ 이상, 4개 이상 있거나 심장질환자는 100㎎/㎗ 이상부터 치료한다.
고 교수는 "특히 심장질환 중에서도 급성심근경색 협심증 등 중증이라면 70㎎/㎗ 미만으로 낮추는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콜레스테롤 검사 주기는?
LDL 수치가 100~130㎎/㎗이면 1년마다, 130㎎/㎗보다 높으면 4~6개월마다 검사를 받아야 한다. 기름진 음식을 줄이고, 1주일에 3회 이상 운동하면서 LDL 수치가 100㎎/㎗ 이하로 내려가면 검사 주기를 늘릴 수도 있다.
반면 최근 검진에서 LDL이 100㎎/㎗ 미만이면서 비만하지 않고, 가족력이 없으며, 운동을 정기적으로 한다면 5년 후 검사를 받아도 된다. 조 교수는 "최근 몇 개월 새 몸무게가 늘어났으면 정상 주기가 되지 않았다고 해도 콜레스테롤 수치를 확인해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운동 종류에 대해 조 교수는 "유산소 무산소를 가리지 말고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강도라면 어떤 운동이든지 매일 하는 게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 콜레스테롤 줄이는 식단은?
콜레스테롤을 줄이기 위한 특별한 음식은 없다. 적게 먹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얘기다. 콜레스테롤 하루 섭취량은 300㎎. 보통 식당에서 200g씩 파는 돼지갈비구이는 184㎎, 삶은 달걀 1개가 대략 300㎎의 콜레스테롤을 함유하고 있다.
다만 조 교수는 "콜레스테롤 함량이 많아도 생선에는 오메가_3 등 불포화 지방산이 많아 LDL과 중성지방은 낮추고, HDL은 높여 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을 새우철을 맞아 대하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40g짜리 대하 3, 4 마리면 콜레스테롤 하루 섭취량을 넘으므로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성신여대 식품영양학과 이명숙(한국영양학회 홍보이사) 교수는 "흔히 새우 꼬리나 머리 부분에 콜레스테롤 배출을 돕는 타우린이 많이 들어 있다며 같이 먹으라고 권하는 경우가 많은데 꼬리와 머리의 콜레스테롤 함량도 높아 올바른 식습관이라고 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또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 재료는 채소와 함께 조리해 섭취량 자체를 줄이는 게 좋다"며 "채소의 섬유소는 콜레스테롤과 결합해 몸 밖으로 배설시키는 기능도 있다"고 덧붙였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일러스트 김경진기자 jinjin@hk.co.kr
■ 급성 심근경색 절반이 고지혈증
● 급성심근경색 발병 환자 중 절반 이상에게 고지혈증이 있지만 3명 중 평균 1명은 고지혈증 발병 여부조차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한국아스트라제네카(대표 톰 키스로치)는 에이콘리서치사에 의뢰해 전국 주요 50개 병원의 급성심근경색 환자 2,074명을 조사한 결과, 53%가 고지혈증을 동반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특히 고지혈증 환자 중 31%는 발병 사실을 알지 못했다.
● 급성심근경색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혈전(핏덩어리) 등으로 좁아져 혈관이 갑자기 막히면서 심장 근육이 죽는 질환으로 사망률이 매우 높다. 최근 숨진 조오련씨도 이 질환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고지혈증은 급성심근경색 등 관상동맥질환의 발생률을 증가시키는 동맥경화증의 주 위험 요인이다. 이번 조사에서 60대 환자들의 급성심근경색 발병률은 36%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으며, 조사 대상자 중 60대 이상의 환자가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급성심근경색 발병 이전에 고지혈증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난 연령대도 60대였다. 또한 관상동맥질환 가족력이 있었던 급성심근경색 환자 중 72%는 고지혈증이 발병했다. 고지혈증 이외의 급성심근경색 위험 요소로는 고혈압(63%)이 가장 많았고, 이어 당뇨병(35%) 흡연(3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40대 이하 젊은 연령층에서는 흡연이 가장 큰 위험요소로 꼽혔다.
조사에 참여한 50개 병원의 심장전문의들은 관상동맥질환 예방을 위해 저밀도콜레스테롤(LDL) 수치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용진 교수는 "고지혈증은 급성심근경색을 비롯한 관상동맥질환의 주요 발병 원인으로 돌연사 등을 막기 위해 반드시 관리해야 한다"며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을 막으려면 LDL 수치를 낮추는 게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권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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