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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 대립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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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 대립각

입력
2009.09.24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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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23일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 여부를 놓고 정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인사청문회 정국이 경색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때문에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처리될 때까지 여야는 여론잡기 경쟁을 벌이면서 정면 대치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권은 정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이 부적격하다고 주장하면서 지명 철회 또는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일부 야당은 임명동의 표결을 실력저지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어서 대치 정국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한나라당은 "총리직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의 결정적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임명동의안 처리 의지를 확인했다. 한나라당은 "야당이 국정 발목 잡기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중지해 국정공백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법상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하면 임명동의안이 통과되기 때문에 기류가 크게 바뀌지 않는 한 임명동의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친박연대마저 반대 당론을 정하는 등 분위기는 녹록치 않다. 여야가 향후 5일간의 여론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 민주, 반대 당론 정해… 자진 사퇴 촉구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권은 23일 일제히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인사청문위원들의 보고를 받고 정 후보자 임명동의를 반대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청문위원들이 부적격 보고를 한 뒤 자유토론 시간이 주어졌지만 이의를 제기한 의원이 한 명도 없을 정도로 분위기가 격앙됐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아울러 이귀남 법무, 임태희 노동, 백희영 여성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 철회도 요구하며 파상적 공세를 폈다.

정세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인사는 총체적으로 실패한 인사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며 "(정 후보자의 경우) 그 정도 흠이 있으면 스스로 그 직을 사양했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강래 원내대표도 정 후보자를 겨냥, "추석을 앞두고 연상되는 종합선물세트 또는 종합병원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많은 의혹과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성토했다.

최고위원회의에선 정 후보자를 탈세 및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좀 더 검토하기로 했다. 전병헌 전략기획위원장은 전날 밤 민주당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 후보자가 총리로서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65.5%에 달한다'고 소개하면서 반대 여론 확산에 주력했다.

민주당은 전날 밤 청문회 막바지에 제기됐던 정 후보자의 대기업 S사 자문위원 경력 의혹도 적극적으로 부각시켰다. 노영민 대변인은 "정 후보자가 처음에는 부인하다가 신뢰할 만한 제보에 따른 것이라고 하자 기억이 나니, 안 나니 하며 사실을 감추려 했다"며 "S사에서 무슨 혜택을 받았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과 민주노동당도 임명동의 불가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특히 선진당은 세종시 문제 때문에 정 후보자에게 찬성 표를 던질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야당들은 29일 본회의 임명동의 표결을 앞두고 야권 공조를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조만간 원내대표간 회동이 이뤄질 전망이다.

김영화기자

■ 한나라 "野 국정 발목잡기 그만해야"

한나라당은 23일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총리로 적합'이라고 결론 내리고 정 후보자를 엄호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 열린 당 최고위원ㆍ중진 연석회의에선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총리직을 수행하는 데 결정적인 하자는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한나라당은 29일 국회 본회의 총리 임명동의안 표결 때 야당들이 연대해 집단 반대표를 던질 것에 대비, 당론 찬성 투표로 정 후보자에게 힘을 실어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 당직자는 "여론 추이를 지켜본 뒤 표결 결과가 불안할 정도이면 찬성 당론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23일 정 후보자를 적극 호위했다. 정몽준 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후보자 만큼 경제와 사회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열심히 연구한 분도 없기 때문에 그분의 능력이 국가 발전에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정 대표는 "정 후보자가 의도적으로 법을 회피하거나 악용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감쌌다. 조해진 대변인도 논평에서 "세종시와 관련해 국가와 충청지역의 발전을 위한 소신 있고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 주었고 여러 정책 분야에서도 전문성과 소신 있는 태도를 견지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은 야당의 반대를 '정략적 발목 잡기'로 몰아갔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국정의 발목을 그만 잡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중지해 달라"면서 "새로운 통합내각이 힘찬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대승적 차원에서 야당의 결단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이번에 제기된 여러 문제들을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할 순 없다"(남경필 의원), "이미 너무 많은 흠집이 난 정 후보자에게 국정 운영에 필요한 힘이 실릴 수 있겠나"(수도권 초선 의원) 등 우려도 있었지만, 정 후보자 인준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아직까진 표면화하진 않았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반대하는 이귀남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백희영 여성부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결정적 하자는 없어 임명에 찬성"이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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