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애, 그는 한때 '눈물의 여왕'이라 불렸다. 눈물 쏟는 연기가 많았고, 그 모습이 그의 얼굴과 유난히 어울렸기에 생겨난 별명이었다. 그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에서 진정, '눈물의 여왕' 자리에 올랐다.
절실히 원하던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왕조의 석양을 바라보며 비극적 종말을 맞아야 했던 비운의 여인 명성왕후, 민자영 역이 그의 연기 몫이다.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구한말을 배경으로 무협과 멜로가 만난 퓨전 사극이다. 자객 무명(조승우)이 우연히 마주친 민자영에게 빠져들면서 극은 출렁인다. 궁에 들어가 명성왕후가 된 자영을 좇아 무명은 왕실 호위무사가 되고, 그의 헌신적 순애보는 슬픈 결말로 치닫는다.
무명의 무조건적 사랑이 손수건을 적시게 할 영화지만 컴퓨터게임을 연상케 하는 무술 장면이 멜로의 감성을 급속히 휘발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차분하면서도 강건한 목소리와 사랑 앞에 흔들리는 눈빛으로 명성왕후의 비애를 받아들인 수애의 연기엔 논란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관객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근대사의 유명 인물을 연기했지만 수애는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부터 부담이 없었다"고 했다. "하희라, 강수연, 이미연, 최명길 등 최고의 배우들이 연기했던 인물이기에 오히려 뛸 듯이 기뻤다"고 했다. '나도 이제 그들과 같은 위치에 올라섰구나' 하는 성취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고증된 역사적 사실에 얽매일 필요도 없고, 사랑받는 여인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오히려 자유롭고 편하게 연기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촬영기간 동안 "민자영에 몰입했다"고 자부했다. "(촬영하는 동안) 무명을 사랑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고, 대리만족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는 말에선 그의 진심이 배어났다.
동갑내기인 조승우와는 카메라 렌즈 밖에서도 "깍듯이 존댓말을 쓰며 보냈다"고 했다. "호위무사와 왕후의 애틋한 감정을 지켜나가고 싶었다"는 것이다. "말을 놓으면 서로 너무 편해지니까요. 사랑의 설렘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도 서로 배려하며 의지도 많이 했습니다."
'황진이'의 유력한 주연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수애는 전통미와 청순미로 곧잘 수식되곤 한다. 그러나 그는 그런 이미지를 멍에로 생각진 않는다. "고정된 이미지를 극복하는 데서 배우로서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데뷔 초기의 '눈물의 여왕' 이미지를 많이 지운 것처럼 언제든 섹시하고 도발적인 여인으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보였다. "언젠가는 악녀를 하고 싶어요. 고전적이고 착해 보이는 외모로 악한 연기를 하면 더 풍부한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요."
정재영('나의 결혼원정기'), 이병헌('그 해 여름') 등과 함께 연기해 "남자배우 복이 많다"는 그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선 충무로 캐스팅1순위로 꼽히는 하정우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내년 초 극장에 나설 이 영화에서 수애는 밝고 명랑한 도시여성의 모습을 그린다. "하정우씨와의 연기에서도 새록새록 새로움을 느껴요. 예전엔 무조건 상대 배우로부터 배우기만 했지만 이제는 주고 받는 연기가 되는 듯해요. 아유~ 그래도 (연기를 알기엔) 아직 멀었어요."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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