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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그랜드 바겐 해법' 한-미 미묘한 이상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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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그랜드 바겐 해법' 한-미 미묘한 이상 기류

입력
2009.09.24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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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그랜드 바겐'이라고 명명한 북핵 일괄 해법을 놓고 한미간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1일(현지시간) 뉴욕 한미 외교장관 회담 뒤 '그랜드 바겐'에 대해"솔직히 말하면 잘 알지 못한다"며 "회담에서 그런 얘기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캠벨 차관보는 이어 "북한이 2005년(9ㆍ19 공동성명)과 2007년(2ㆍ13 합의)의 합의들에 대해 책임 있게 헌신한다면 미국 등 국제사회가 패키지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을 이 대통령이 강조한 것으로 추측한다"고 덧붙였다.

한반도 정책을 총괄하는 캠벨 차관보가 "모르겠다" "추측한다"는 표현으로 논평을 피하는 듯한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캠벨 차관보는 두 달 전 '포괄적 패키지'라는 북핵 접근법을 직접 거론했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북핵 폐기 해법에 대한 한미간 이견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도 다음날인 22일 비슷한 취지의 논평을 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은)'그의 정책'이고 '그의 언급'이기 때문에 내가 논평할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켈리 대변인은 "북한이 완전 비핵화를 위한 돌이킬 수 없는 조치를 취하면 6자회담 참가국들은 포괄적이고 조율된 방식으로 상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했다.

미 행정부의 반응은 이 대통령의 '중대 제안'에 대해 소극적이고 심지어 방관자적인 느낌마저 들게 한다.'그랜드 바겐'이 양국 간 의견 조율 없이 섣부르게 입안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23일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7일 미국 대사관 대사 대리에게 그랜드 바겐의 취지를 설명했다"며 "그 내용이 캠벨 차관보에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정부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도 "그랜드 바겐은 6월부터 한미 간 논의돼 온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실무진의 보고 체계상 착오가 오해를 불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워싱턴의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핵 해법에 대한 양국 간 입장 차이가 불협화음의 배경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북핵 외에 미사일, 인권 문제 등 포괄적 접근을 시도하지만, 아직 그에 대한 보상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 캠벨 차관보가 "비핵화 진전을 위해 북한으로부터 작지만 근본적인 조치를 이끌어내려고 한다"며 북한의 '선제적'조치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으로선 '그랜드 바겐'협상이 9ㆍ19 공동성명의 입지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점도 매우 부담스런 대목이다.

한 소식통은 "미국의 북핵 방점은 의제에 대한 포괄적 접근이지 한번에 해결하겠다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본격적 협상에 나서기도 전에 최종단계에서나 거론될 보상의 보따리까지 제시한 것은 너무 앞서 나간 것 아니냐는 게 워싱턴 정가의 시각이다.

뉴욕타임스는 22일 미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 "이 대통령 제안이 미국을 놀라게 했다"며 북핵 문제를 한번에(single step)에 해결하려는 것은 "무리한 것(far-fetched)"이라고 전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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