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도 진짜 손님이라야 반갑지…."(23일 서울 중랑구 동원시장의 한 상인)
추석 대목을 앞둔 요즘, 전국의 재래시장이 '때아닌'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 초대 받지 않은 손님들은 다름 아닌 정부 부처의 장ㆍ차관들. 올해 들어 이 대통령이 '중도실용 서민정책'을 강조한 탓인지, 최근 전국 재래시장은 장ㆍ차관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되고 있다. 총출동을 넘어 '경쟁적'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다.
5일 관세청장의 포항 죽도시장 방문을 시작으로 15일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서울 용산 용문시장), 19일 통일부 차관(인천 구월시장)과 농식품부 1차관(충남 금산시장), 22일 환경부 차관(용인 중앙시장)과 국토해양부 1차관(안양 호계시장), 노동부 장관(전주 모래내 시장), 23일 기획재정부 1차관(서울 중랑 동원시장) 등 이 달 들어서만 25회에 달한다.
추석 연휴까지 남은 기간 중 국방부 법무부 금융위 경찰청 등의 장ㆍ차관급 인사들이 42회 더 재래시장을 찾을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9월 한 달 동안 장ㆍ차관들의 재래시장 방문 횟수는 무려 67회나 된다. 1실 15부 3위원회 13청 2처 등 34개 기관의 장ㆍ차관들이 재래시장 행보를 해, 거의 모든 정부 부처의 요인이 방문하는 셈이다. '재래시장에 일반 손님보다 장ㆍ차관이 더 많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다.
이들 방문 목적은 한결 같다. 추석을 앞두고 불황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애로 사항을 현장에서 직접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것. 하지만 물가 민생과 무관한 장ㆍ차관까지 재래시장을 찾는 것을 보면, '보여주기'위한 이벤트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연말연시 고아원과 양로원을 찾고 전방부대를 위문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재래시장에서 20년 넘게 장사를 한다는 한 노점상은 "그래도 안 오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나"하고 막연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재래시장 방문 이벤트'로 과연 서민의 고충을 이해할 수나 있을는지. 이건 결코 '친서민'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정민승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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