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 국세청이 SK건설의 비자금 조성 정황을 잡고 동시다발적으로 수사와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또 한진그룹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내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검찰의 대기업 수사가 예상보다 큰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권오성)는 최근 SK건설이 아파트 공사 과정에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방송사 공사 수주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정황을 확보, 수사에 착수했다. SK건설은 부산 용호동 오륙도SK뷰 아파트를 시공하면서 시행사인 M사와 이면계약을 맺고 사실상 시행과 시공 수익을 모두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SK건설이 이 방법을 통해 올린 추가 수익을 회계장부에 기재하지 않고 빼돌려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도 SK건설이 M사와의 이면계약을 통해 수익을 낮춰 신고하는 등 세금을 탈루한 정황을 잡고, 두 회사에 대한 심층(특별)세무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당초 이달 말 종료하려던 세무조사를 한 달 연장해 최대주주의 지분이동을 포함한 SK그룹 전반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SK건설이 2001년 MBC 일산제작센터 공사 수주 과정에서 1차 심사에서 탈락하고도 사실상 수의계약 형식으로 공사를 맡게 된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내사를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수사인력 등 민감한 문제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수사는 일단 서울지방경찰청에 넘겨 1차 수사를 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과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범죄 단서가 확보될 경우 SK건설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며, 조성된 비자금과 SK그룹 본사와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수사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 전현준)는 최근 한진그룹에 대한 광범위한 내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한진그룹의 부동산 취득 내역과 증여 내역 등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어 본격 수사가 진행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검찰은 전날 대한통운과 두산인프라코어를 압수수색한데 이어 이날 대한통운 임원 1명과 회계담당 직원 2,3명을 소환해 비자금 조성 여부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다른 대기업 계열사에 대해서도 내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대기업 수사의 파장이 갈수록 확대될 전망이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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