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주노총 산하 공무원노조가 정치활동에 가담할 경우 엄벌하겠다고 23일 밝힘에 따라 공무원노조의 적법한 활동 범위에 대한 논란이 또 다시 제기됐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가 포괄적이고 애매하게 규정돼 있어 향후 노정갈등의 소지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공무원의 정치활동이냐, 표현의 자유냐를 놓고 논란이 됐던 사례로는 전교조 시국선언, 공무원 촛불집회 참여, 전국공무원노조의 민노당 지지 선언 등이 있다. 현행 공무원노조법은 제4조에 "노동조합과 조합원은 정치활동을 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정부는 정치활동을 근로조건 개선과 관계없는 정치적 목적의 행위로 유권해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 자체도 정치적 중립성 훼손의 우려가 있다"며 처벌을 위한 법리를 검토 중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민주노총은 거의 상시적으로 4대강 살리기, 공무원 구조조정, 공무원 연금개혁, 각종 공공기관 민영화 등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활동을 해왔다"며 "민주노총 산하에 들어갔다는 것은 공무원노조법이 규정하는 공무원의 정치활동 금지 의무를 위반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무원노조와 민주노총은 "정부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들먹이며 민주노총 가입을 문제시하는 것은 법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이 정치활동을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지지 발언 및 투표 강요 행위로 좁은 범위에서 구체화하고 있는 데도, 정부가 너무 광범위하게 유권해석을 내려 일상적인 정책 비판까지 정치활동으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공무원노조 손영태 위원장은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의 의사결정에 참여한다고 해서 민주노총의 모든 일에 다 동참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산별노조마다 각자의 역할이 있는 만큼 공무원 신분에 부담이 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손 위원장은 "전공노는 이미 3년 전부터 민주노총을 상급단체로 두고 있었지만 단 한 차례도 정부와 마찰을 빚거나 정치활동을 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할 계획이 없다"면서 "그동안 아무 말도 없다가 이제 와서 윽박지르는 것은 세력이 커진 공무원노조를 국민들 앞에서 폄하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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