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젊은 부부가 1년 이내 임신하지 못하면 불임이라고 한다. 한국 35세 이하 정상 부부의 1년 내 불임률은 15~20%이다. 임신 가능성은 80~85%가 되는 셈이다.
그러면 이 80~85%의 부부는 모두 건강한 임신을 유지하면서 만삭 분만을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이 중 임상적으로 임신부 본인이나 의사에 의해 알게 되는 자연유산은 15~20%지만 실제 자연유산이면서도 유산인지도 모르고 지나는 경우가 50%나 된다.
이런 임신은 여성 본인이 임신인지도 모르고 지나는 경우가 흔하다. 이 같은 자연유산은 검사로만 유산됐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화학적 임신' 이라고도 부른다.
따라서 임신돼도 실제 자연유산율은 65~70%에 이르게 되므로 출산에 이르는 경우는 30~35%로 된다. 결국 건강한 부부의 1년 내 정상 자연임신_출산율은 최저 24%(100X0.8X0.3), 최고 30%(100X0.85X0.35) 밖에 되지 않는다.
이처럼 자연임신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크게는 환경적 원인을 들 수 있다. 각종 환경호르몬이 여성의 생식호르몬계를 교란시킬 뿐 아니라 남성의 정자수를 지속적으로 감소시키고 있다. 지난 50년 간 반으로 감소된 남성정자 수가 최근 10년 간 다시 절반으로 줄었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원인은 개인에게 있다. 건강한 수태와 건강한 임신의 유지에는 적절한 영양이 중요하다. 그 다음에는 수태 환경에 좋지 않은 습관들을 바꿔야 한다. 흡연, 음주, 카페인 섭취 등의 나쁜 습관이 여기에 해당된다. 적절한 운동으로 생식계에 활력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불임의 주 원인이 되는 비만은 적절한 다이어트와 운동으로 교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글을 읽는 독자는 아마도 이런 문제들이 여성만의 문제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남성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남성 비만, 남성 흡연이 불임과 자연유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수많은 연구 논문에서 증명됐는데도 대부분 불임의 굴레는 여성에게 씌워지고 있다.
불임 원인은 여성 측 원인이 3분의 1, 남성 측 원인이 3분의 1이며 양측 모두에게 원인이 있거나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나머지 3분의 1로 결국 남성 측과 여성 측의 책임이 거의 같다.
그러므로 여성에게 주로 불임의 책임을 묻는 사회 환경은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부부 모두의, 즉 남성과 여성의 수태 환경이 건강해야만 수정이 잘되고 건강한 임신을 유지하면서 출산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이 자신의 생애 주기 중 언제 가장 건강해야 하는지를 묻는다면 답은 바로 2세를 수태하기 위한 가임기다. 가장 건강한 2세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부부가 이 시기에 건강을 최고조로 유지해야 가장 건강한 정자와 가장 건강한 난자가 만날 수 있다. 임신 유지를 위한 환경 조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임신을 시도할 때의 부부의 건강인 것이다. 그것도 일생에 있어 가장 좋은 몸과 마음의 상태를 이뤄야 건강한 아기가 생기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좋은 수태 환경을 위한 -수정률을 높이고, 자연유산율을 낮추고, 출산하는- 부부 건강 유지의 노력은 바로 남성과 여성의 평생 건강 바로미터도 된다.
한국모자보건학회장
박문일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