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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핵 일괄타결 전제는 북의 신뢰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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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핵 일괄타결 전제는 북의 신뢰 회복

입력
2009.09.2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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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외교협회 등 3개 기관 공동 주최 오찬연설에서 '북핵 그랜드 바겐' , 즉 일괄타결 방안을 제시했다. 6자회담을 통해 북핵 프로그램의 핵심 부분을 폐기하면서 동시에 확실한 안전보장과 국제지원을 본격화한다는 내용이다. 큰 맥락에서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의 연장선에 있지만 핵 폐기와 보상의 동시성을 강조한 점에서 '선 핵폐기 후 보상' 에 역점을 두었던 기존 정책보다는 진전된 방안이다.

민주당 등에서는 '비핵개방 3000'에서 진전된 것이 없다거나 심지어 후퇴했다고까지 혹평하나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니다. 민주당과 진보진영은 김대중 전 대통령도 서거 직전 북핵 일괄타결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간의 단계별 접근방식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진전과 후퇴, 지연이 반복되면서 북한의 핵 능력 강화를 막지 못했다. 김 전 대통령은 바로 이런 점에서 일괄타결을 통한 북핵 해결을 촉구했고, 이 대통령이 말한 '그랜드 바겐' 구상도 똑같은 문제의식에 바탕하고 있다.

그러나 일괄타결방안도 북한의 호응이 없으면 무의미하다. 핵 폐기를 안전보장 및 경제지원과 맞바꾸는 협상에는 기본적으로 북한측에 불리한 비대칭성이 있다. 북핵은 일단 폐기하면 복원이 매우 어렵지만 그 보상은 언제나 철회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괄타결 구상이 현실성을 가지려면 북한으로 하여금 핵 폐기 후에도 배반 당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갖게 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일괄타결 구상 제시는 북핵 해결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방관자적 자세에서 벗어나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보고 싶다. 이 대통령의 이번 방미일정은 주도적 역할을 모색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 개선 등을 통해 북한과의 신뢰를 회복하고 증진시켜 나가는 노력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모처럼 내놓은 일괄타결 구상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수 있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정부도 강조해온 남북관계와 핵 문제 해결의 선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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