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한 항공사는 해마다 흥미로운 행사를 벌인다고 한다. 여행객들이 잃어버리고 찾아가지 않는 가방을 체육관에 쌓아놓고 경매에 붙이는 것이다. 물론 구입하는 사람들은 안에 든 내용물을 확인해볼 수 없다. 구입을 하면 그 자리에서 가방을 열고 안에 든 것들을 꺼내보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오만 가지 물건들이 튀어나와 그곳은 한순간 웃음바다가 된다. 몇 년 전 필리핀으로 자원봉사를 떠났던 후배 하나가 울상이 되어 나타났다. 짐으로 부친 여행가방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필요한 물건들은 구입하고 종종 빌려쓰면서 보낸 그 며칠이 그에게는 악몽이었다. 비싸지는 않지만 소중한 추억이 담긴 물건을 잃어버린 게 못내 속상한 듯했다. 그 뒤로 그는 아예 여행이 본업이 되어 1년에도 수없이 여행을 다니고 있다.
물론 그의 여행가방은 잃어버려도 아깝지 않을 물건들로만 채워진다. 이런저런 이야기 때문일까, 공항에 내려 가방들이 나오는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서 있으면 종종 불안해지곤 한다. 혹시 내 가방이 여기 아닌 엉뚱한 곳으로 사라진 것은 아닐까. 가방을 쌀 때도 두 번 생각하게 된다. 분실된 내 가방이 세계 이곳저곳을 떠돌다 어느날 그 항공사의 분실된 가방 경매 행사에 끼게 되고 내 사생활이 백일하에 드러날 날을 대비해서. 가끔은 그들을 웃길 물건 하나를 넣고 싶기도 하다.
소설가 하성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