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추(老醜)인가, 아니면 노회한 상술(商術)인가?
1974~81년 제20대 프랑스 대통령을 지낸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83)이 97년 교통사고로 숨진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와의 사랑을 암시하는 극적 설정을 이용한 연애소설을 발간할 예정이라고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와 영국의 텔레그라프가 21일 동시 보도했다.
<왕세자비와 대통령> 이란 제목의 이 소설은 데스탱 전 대통령 자신과 다이애나비를 연상시키는 모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은밀하고도 열정적인 사랑을 담았다고 신문들은 전했다. 왕세자비와>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자크 앙리 랑베르티'라는 프랑스 대통령과 영국 웨일스 자치정부 남단에 위치한 카디프의 왕세자비 '패트리샤'. 르 피가르가 발췌 요약한 내용에 따르면 소설 속 주인공인 이들 두 사람은 서방선진7개국(G7) 정상회의가 끝난 뒤 버킹검 궁전에서 열린 만찬장에서 만나 사랑의 감정을 나누는 것으로 묘사돼 있다.
소설 속 남자주인공은 "나는 그녀의 손에 키스를 했으며, 그녀는 나에게 호기심 가득한 눈길을 보냈다"며 "그녀의 머리가 부드럽게 앞으로 기울어질 때 그녀의 갈색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졌다"고 말하고 있다.
소설의 결말은 카디프의 여왕과 왕세자 그리고 그의 작은 아들이 비행기 충돌사고로 숨지자 패트리샤 왕세자비가 큰 아들을 섭정한 뒤 왕위를 물려주고, 랑베르티 프랑스 대통령은 영국과 프랑스를 합병할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묘사돼있다.
소설은 특히 이야기의 배경인 왕궁과 인물묘사가 뛰어나 웬만한 연애소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품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내달 1일 소설 출간 소식이 전해지자 세간에서 데스탱과 다이애나 사이의 로맨스가 실제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하지만 데스탱이 81년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당시 나이가 55세였고 다이애나비가 19세였던 점을 감안할 때 현실성이 떨어지며, 오히려 데스탱의 재임기간을 평가하는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따라서 데스탱이 이 책을 통해 돈을 벌려는 출판업계의 상술에 편승한 것이라는 비판이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실제 많은 프랑스인들은 "데스탱이 단 한번이라도 다이애나비의 아들들을 생각했더라면 이런 소설을 쓸 수 없을 것이라며 씁쓸해 한다"고 텔레그라프는 덧붙였다.
최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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