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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능력을 나눈다] <4> SK 프로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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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능력을 나눈다] <4> SK 프로보노

입력
2009.09.2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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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 제조업체 '바리의 꿈' 황광석 대표는 지난해말 창업을 하자마자 큰 난관에 처했다. 연해주 고려인이 직접 재배한 콩으로 청국장을 만들어 냈지만 이 제품을 어떻게 팔아야 할 지 막막하기만 했던 것. 이 때 우연히 SK텔레콤의 '사회적 기업 컨설팅 봉사단'을 알게 돼 도움을 청했다.

이후 SK텔레콤 김인수 매니저와 이지민 매니저는 1주일에 1차례씩 3개월 동안 사무실을 찾아 유통채널과 제품구성 등에 대한 경영 컨설팅을 해줬다. 또 홈페이지도 개설하고 묶음 판매 등의 아이디어도 냈다. 덕분에 '바리의 꿈'은 매출이 컨설팅 전보다 50% 이상 늘어났다.

SK가 그룹 차원에서 행복 나눔을 위해 SK 구성원이 갖고 있는 재능을 사회와 나누는 '프로보노' 활동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의 '깨어있는 자본주의'를 위한 노력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최 회장과 SK 자원봉사단장인 김신배 SK C&C 부회장 등 SK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직원 200여명은 22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SK 행복 나눔의 밤' 행사를 가졌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SK 임직원들은 그 동안 행복경영에 맞춰 다양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 왔다"며 "앞으로는 SK 임직원 개개인이 갖고 있는 다양한 재능을 살려 어려운 이웃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찾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특히 연말까지 전 임직원이 참여하는 소액 모금을 펼쳐 결식이웃을 지원하는 캠페인을 펼치자고 즉석에서 제안했다.

그룹의 총수가 직접 전 임직원의 재능 나눔 활동을 주문하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SK는 그룹 차원에서 전 임직원의 재능 나눔을 위한 '프로보노' 활동을 강화키로했다. 실제로 SK는 최근 사회적 기업 전문 봉사단인 'SK 프로보노'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SK 프로보노'는 일반적으로 노력봉사 위주였던 종전 자원봉사단과는 달리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 자격을 갖추고 있는 SK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재능기부 활동에 참여, 사회적 기업이나 단체를 지원하는 성격의 봉사단. 해외 경영학석사(MBA) 6명, 미국 변호사 11명, 국내 변호사 12명, 회계사 1명 등 총 214명의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SK는 또 프로보노 자원 봉사 활동의 수요 파악과 모니터링 등을 지원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 네트워크'(SESNETㆍ대표 정선희)와 파트너십을 맺고, 컨설팅이 필요한 기관이나 단체와 봉사자를 연결키로 했다. 이렇게 연계된 SK 프로보노 참가 자원봉사자는 주로 주말에 사회적 기업이나 단체 등을 방문, 컨설팅 및 강의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SK는 이외에도 SK 임원들이 미래의 산업 역군인 청소년들의 꿈을 지원해주는 취약계층 청소년 대상 릴레이 강연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박태진 SK텔레콤 IR 담당 임원을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의 임원 8명이 회당 50명씩, 모두 10회에 걸쳐 500여 명의 청소년들을 SK텔레콤 사옥으로 초청, 진로와 비전에 대한 강연을 진행한 것이다.

예체능 분야의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SK 해피스쿨'도 주목된다. 이는 예체능 분야에 재능은 있지만 경제적 환경으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그 혜택을 주는 것. 특히 재능은 있으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문 클래식 음악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SK 해피뮤직스쿨'은 파트장인 주희성 서울대 교수(피아노), 현민자 연세대 명예교수(첼로), 정호진 한세대 교수(바이올린)와 고문으로 활동중인 김민 전 서울대 음대학장(바이올린) 등이 재능기부 활동인 프로보노 자원봉사로 참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임가진 서울시립교향악단 제2바이올린수석 등 14명의 전문 클래식 음악가가 본인들의 개인 시간을 쪼개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전문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또 'SK 해피뮤지컬스쿨'은 '맘마미아', '캣츠' 등을 연출한 한진섭 감독이 교장으로, 뮤지컬 '그리스', '더 문' 등 유명 뮤지컬을 연출한 정태영씨가 교감을 맡았다. 유명 뮤지컬 배우인 남경주씨는 SK 해피뮤지컬스쿨의 연기과학장을, 다양한 뮤지컬의 음악연출을 진행하고 있는 원미솔씨가 음악과학장으로 참여해 프로보노 자원봉사 활동을 펴고 있다.

이 밖에 SK텔레콤이 올해로 14년째 지원하고 있는 베트남 얼굴기형 어린이 무료 수술 사업에도 백롱민 박사(분당 서울대 병원 부원장)를 비롯해 의료진, 간호사, 전문자원봉사자들이 프로보노 활동을 펴고 있다. 이를 통해 모두 2,800여명의 베트남 얼굴기형 어린이가 밝은 웃음을 찾았다.

SK 관계자는 "행복은 기업과 사회라는 양쪽의 날개로 나는 것이며,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선 무엇보다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는 것이 최 회장의 '깨어있는 자본聆?에 대한 철학"이라며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법률, 재무, 마케팅, 경영 컨설팅, 예체능, 요리, 사진촬영 다양한 분야의 재능 나눔을 그룹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 서정원 SK텔레콤 CSR담당

"기업의 사회 참여 활동은 기업이 갖고 있는 자산을 통해 이루어 졌을 때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었습니다."

서정원(사진) SK텔레콤 CSR 담당(상무급)은 SK의 사회공헌활동 방향과 관련, "기업의 사회공헌활동도 이제 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기업이 갖고 있는 자산, 임직원이 갖고 있는 재능을 사회공헌활동에 활용하는 것이 바로 질적인 변화의 시작"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서 담당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뜻하는 CSR 활동 중 기부나 봉사위주의 활동은 사회문제의 근본적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며 "소외계층이 근본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과 연계된 활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물고기를 잡아주기 보단 이제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줘야 한다는 것. 그는 특히 기업의 자산과 임직원의 재능을 활용하면서도 소외계층의 자립ㆍ자활을 도울 수 있는 성공 케이스로 최근에 발족한 'SK 프로보노'를 꼽았다.

일반적인 자원봉사단과 달리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 자격 등을 갖추고 있는 SK 구성원이 사회적 기업이나 단체를 지원하는 전문 자원봉사단이다.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소외계층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게 서 담당의 설명이다.

그는 사회적 기업을 위해 SK의 온라인 강좌를 개방한 것도 인적ㆍ지적 자원을 나누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SK는 5월부터 사회적 기업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강좌를 제공하고 마케팅, 인사ㆍ조직, 경영일반, 리더십, 재무ㆍ회계, 사무자동화 등 효율적인 기업 운용에 필요한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서 담당은 "SK가 보유한 경영 역량을 사회에 기부한다는 개념에서 출발한 이번 온라인 강좌 개설은 기업이 가진 전문성을 사회적 기업에 기부한다는 의미에서 넓은 의미의 '프로보노' 활동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서 담당은 또 사회적 기업가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사회적 기업가 날개 달아주기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기업가에게 해외 연수의 기회를 줘 역량을 키우는 '해외연수 지원사업'과 정부ㆍ학계ㆍ비정부기구(NGO) 등이 참여하는 토론의 장을 만들어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냈고, 결국 정책입안을 유도하는 '열린 포럼'을 2005년부터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서 담당은 "앞으로도 사회적 기업의 자활과 자립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활동을 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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