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매서운 칼을 갖고 있다. 기업 불공정 행위에 대해 시정조치나 과징금을 부과함은 물론, 공정위의 고발을 통해서만 형사처벌이 가능한 전속고발권까지 갖고 있다. 기업들이 공정위 앞에서 벌벌 떠는 것도 당연하다. '경제 검찰'이라는 수식어는 그래서 생겨났다.
요즘 공정위가 칼을 휘두르는 빈도가 잦아졌다. 소주, 음료, 음원, LPG, 극장관람료에 이어 이번엔 우유와 빵까지. 주로 서민생활과 밀접한 품목들에 대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해당 업종의 경쟁을 촉진하고 불공정 행위를 해소해서 서민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는 그럴 듯하다. 사실 참여정부 당시 공정위가'재벌'이라는 우리나라 독특한 기업구조와의 전쟁에 치중했던 것을 감안하면, 지금의 공정위가 전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경쟁당국 본연의 역할에 더 충실하다는 평가를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칼의 쓰임새다. 공정위의 극구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물가관리에 공정위의 행정력이 동원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정부가 '친 서민, 중도 실용' 노선을 선언한 이후 공정위의 빨라진 행보만 봐도 그렇고, "밀가루와 설탕 값은 내리는 데 왜 빵값은 내리지 않느냐"며 제빵업계에 대한 조사에 나선 것을 봐도 그렇다.
이런 항변을 할 수도 있다.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고 경쟁을 촉진해서 해당 물품의 가격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하지만 지금은 앞뒤 전후가 바뀌었다. 물가를 인위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공정위에 부여된 막강한 행정력이 동원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얘기다. 이러니 공정위가 1970년대식 '물가관리반'이라든지, 물가안정의 책임이 한국은행이나 기획재정부가 아닌 공정위에 있다는 식의 우스개가 나온다. 공정위의 목표는 경쟁 촉진이지, 물가 관리가 아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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