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선전하면서 과감한 투자 결정, 계열사간 시너지 등 오너 경영의 장점들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많은 역사가와 정치가들이 공화국이냐 왕정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인 것처럼 기업지배구조에 있어서도 오너 체제에 대한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투자자에게도 지배구조는 중요한 문제다. 가치투자자는 자신의 돈을 피투자 기업의 경영자에게 맡긴다고 생각한다. 이때 경영자가 기업의 주인, 즉 주식을 소유하고 있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일반적으로 가치투자자는 경영자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를 선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너가 있으면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어 회사의 돈을 빼돌린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오너 개인 성향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지분구조만 놓고 보면 오히려 오너 지분율이 애매한 회사에서 이런 일이 더 자주 발생한다. 반대로 오너가 지분율이 높아 자기 회사라고 생각하면 주주에게 냉담할 수는 있어도 의외로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을 하지 않는다. 자기 회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오너 지분율이 높은 회사가 가지는 장점은 비용 통제 능력이다. 1원 아끼는 것이 자신의 재산 1원을 늘리는 개념이라 쓸데없는 데 돈을 낭비하지 않는다. 반면 미국 금융기관들이나 GM의 예처럼 오너가 존재하지 않으면 회사가 아무리 힘들어도 비용을 줄이지 않는다. 자기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버핏도 경영자가 주인으로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매출을 늘리고 비용을 아끼는 회사를 선호한다. 버크셔의 대주주인 그도 마찬가지로 행동한다.
배당을 많이 하는 회사의 공통점도 오너 지분이 매우 높아서 배당금 대부분을 본인이 가져가는 곳이거나, 아니면 아예 대주주가 없어 모든 주주를 만족시켜야만 하는 곳이다. 오너의 지분율이 애매하면 당장 쓸 곳이 없더라도 유보하는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배당을 해봐야 지분율에 따라 자신이 챙기는 몫이 크지 않지만 남겨두면 지분이 적더라도 경영권이 있으니 본인이 처분권한을 가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오너 지분율이 높은 회사를 유통 물량이 적어 거래가 안 된다는 이유로 꺼리는 경향이 있다. 만약 오너가 경영능력이 있고 검증된 레코드를 가지고 있는데도 이런 핑계를 들어 외면한다면 주주로서 기업의 부를 오너와 나눠 갖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개인적으로 한 기업의 오너와 아무런 친분이 없고 회사에 기여하는 바가 없지만 수익성 좋은 사업에 참여해 부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는 오직 주식시장만이 제공할 수 있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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