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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리포트] 오바마 편협함 부각 '득보다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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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리포트] 오바마 편협함 부각 '득보다 실'

입력
2009.09.2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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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일요일이었던 20일 무려 다섯개 방송 프로에 겹치기 출연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왜 그랬을까. 화급한 국정과제인 건강보험 개혁을 세일즈하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나 너무 과했다는 시각도 있다.역대 미 대통령 중 신기록이다.

이날 아침 TV를 켠 미국인들은 거의 모든 주요 채널을 장악한 오바마 대통령을 보고 공통적으로 몇 가지 생각을 했을 듯 하다. 하나는 그가 여전히 능수능란한 화술의 소유자라는 점. 조리있는 언변, 자신감 있는 말투, 침착하고 일관된 태도는 지난해 대선 당시의 '울림의 연설'을 상기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바로 뒤이어 드는 생각은 '어쩌면 저렇게 말이 천편일률적일까'하는 것이었다. 출연한 CNN NBC ABC CBS Univision 방송에서 그는 "건보개혁은 중산층에게 세금을 물리려는 것이 아니다" "건보개혁이 정치적 흥정이 돼서는 안된다"는 등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단어와 어투, 말하는 자세도 거의 똑같았다. 이틀전인 18일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다섯개 방송 앵커가 잇따라 인터뷰를 한 것이었느니 다르다면 오히려 이상했을 것이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영화 재방송이나 장시간 계속되는 기금마련 특별방송 같았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또 생방송이 아닌 데서 오는 '현장성의 부족'을 지적하며 메시지를 안방에 전달할 '어떤 것'도 찾을 수 없었다고 혹평했다. 다음날인 21일 CBS 심야토크쇼인 '데이비드 레터맨쇼'에서 '다른 톤'으로 건보개혁을 설파한 것은 이런 비판 때문이었을까.

연쇄 인터뷰에서 인기 케이블 채널인 폭스TV를 제외한 것을 두고도 '오바마 답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이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일 요량이었다면 인기 채널인 폭스TV를 포함시키는 것이 나았다.

폭스TV가 오바마의 지난 9일 상ㆍ하원 합동 연설을 중계하지 않고 광고수입을 우선해 오락프로그램을 방영한데 대한 '복수'였으나, 결과적으론 오바마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편협함'만 부각시켰다. 지난해 대선 후보시절, 당시도 '반 오바마'의 선봉이었던 폭스TV의 인터뷰에 응하며 유연하게 대응하던 때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미국민들에게는 오바마 대통령이 최소한 '그저 그런' 대통령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속이 보이는 가벼운 행동에 안타까움이 커진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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