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바꿔치기' 수법의 병역 비리를 수사 중인 경찰이 또 다른 브로커의 계좌에서 97명의 입금 내역을 추가 확인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1일 입영 대상자에게 돈을 받고 신체검사 날짜를 늦춰준 혐의(공무집행방해)로 차모(31)씨를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차씨는 2007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97명에게 9,300여만원을 받고 공무원 시험을 허위 신청하는 수법 등으로 의뢰인들의 입영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차씨는 구속된 브로커 윤모(21)씨와의 공모 혐의는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카레이서 김모(26ㆍ구속)씨가 공익요원 판정을 받을 때 차씨가 개입했다는 진술을 확보, '환자 바꿔치기' 가담 여부를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또 차씨로부터 "유명가수 A씨의 매니저가 신체검사 연기를 문의해 인적사항을 적어놨다"고 진술함에 따라 A씨가 실제로 차씨를 통해 병역비리를 저질렀는지 조사 중이다.
한편 경찰은 입영 대상자에게 어깨탈구 수술을 상습 시행한 것으로 의심되는 병원 명단을 추가 확보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강남 A병원 관련 수사 과정에서 병무청으로부터 습관성 어깨탈구증 수술 기록이 있는 병사용 진단서를 많이 발급한 병원 명단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명단에는 수도권 지역 병원 여러 곳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병무청으로부터 수사의뢰 형식으로 이들 병원을 거친 병역면제 및 공익근무 판정자 관련 서류를 넘겨받을 계획이다.
A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병역 감면자를 수사 중인 경기 일산경찰서는 전날까지 수사 대상 203명 중 94명을 조사한데 이어 이날 20여명을 추가 조사했으며, 이중 61명이 병역비리 혐의를 시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A병원 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이 확보한 진료기록부를 공정하고 전문성 있는 기관에 의뢰해 수술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해 보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넘겨받은 진료기록과 본인 진술 등을 통해 혐의를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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