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김현철씨 비리 폭로한 의사, 민주화운동 아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비리 의혹을 폭로했던 김 전 대통령의 옛 주치의가 자신을 민주화 운동자로 인정해달라고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성지용) 비뇨기과 의사 박모(56)씨가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를 상대로 "현철씨 부정축재 등을 고발해 민주화에 기여한 자신에 대해 명예회복 및 보상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가 개인적 분쟁이 발생한 의료기기업체 메디슨을 고소했다가 처벌이 이뤄지지 않자 주관적인 의심만으로 권력층이 개입했다고 폭로한 것은 무차별적인 명예훼손 행위일 뿐 권위적 통치에 항거하거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ㆍ신장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박씨의 병원에서 촬영된 테이프가 단초가 돼 현철씨의 국정개입 비리가 밝혀지고 형사처벌이 이뤄졌더라도 이것만으로 박씨가 민주화 운동에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1987년 대선 당시 김 전 대통령의 주치의를 맡았던 박씨는 "메디슨사가 김현철씨 등을 통해 특혜금융을 받아 급성장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97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으며, 2004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으로 형이 확정됐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