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첨예하게 맞붙고 있는 한국은행법 개정 공방에서 한은 손을 들어줬다. 비록 공이 국회로 넘어간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한은으로선 든든한 후원군을 얻은 셈이 됐다.
정 후보자는 21일 국회 인사청문특위에서 은행들에 대해 제한적인 단독 조사권을 한은에 부여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에 대한 의견을 묻는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의 질의에 대해 "중앙은행인 한은이 지금보다 좀 더 감독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답했다.
정 후보자는 "(금융 건전성에 대해) 그 동안 국제결제은행(BIS) 비율만 따졌고 부채와 자산의 성격을 잘 따지지 못한 결함이 있어 세계 금융위기가 왔다는 분석이 있다"며 "금융감독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설명했다. 비록 구체적으로 한은에 단독 조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한은법 개정을 유보해야 한다"는 기획재정부 입장에 반대 의견을 분명히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자는 지금까지도 한은 독립성을 상당히 옹호하는 듯한 입장을 보여왔다. 작년 4월 한 정책토론회에서 "정부의 금리인하 압력에 한은이 끝까지 버텨야 한다"고 했고, 1995년 발간한 저서 '중앙은행론'에서도 한은의 실질적인 독립성 확보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그가 대학 졸업 후 잠시 한은에 몸을 담은 바 있고,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실제 한은 총재로 제의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애써 의미를 축소하는 분위기다. 정부 한 관계자는 "실제 총리가 된다면 한은법 개정에 대해 직접 나설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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