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까지 758만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이 찾은 흥행작 '국가대표'는 현재 두 가지 종류가 상영되고 있다. 10일 김용화 감독이 새롭게 편집, 7분이 더 길어진 일명 '국가대표 완결판'이 따로 개봉했기 때문이다.
'완결판'(99개 스크린)은 지난 주말 6만5,151명의 관객을 불러 원조 '국가대표'(352개 스크린ㆍ13만8,901명)의 반에 육박하는 만만치 않은 흥행성과를 거뒀다.
관객 사이에선 "신선한 시도다" "(원조) 영화를 개봉 초기 본 사람이 결국 손해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제작사 KM컬처는 "상업적인 목적보다 김 감독의 영화적 욕심이 담긴 결과"라고 밝혔다.
같으면서 다른, 이른바 '쌍둥이 영화'의 동시 상영은 지극히 한국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여름 흥행작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도 칸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버전을 동시에 극장에 내걸었다.
2005년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는 영화 중반부부터 화면이 조금씩 탈색돼 흑백으로 종영되는 특별판이 일반 개봉판과 함께 상영됐다.
외국에서는 극장 상영이 종영한 뒤 감독이 자신의 예술적 의도를 명확히 하기 위해 감독판을 별도로 제작, 영화제 등에서 상영하거나 재개봉한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가 대표적이다.
1982년 개봉, 흥행에 참패한 '블레이드 러너'는 '저주 받은 걸작'이라는 평론가들의 평가를 받은 뒤 1993년 감독판이 재개봉했고 2007년 새로운 감독판이 관객과 다시 만났다.
'쌍둥이 영화'의 동시 상영은 국내 극장문화가 만든 현상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영진 명지대 영화뮤지컬학부 교수는 "부가판권시장 붕괴에 따라 영화사들이 극장수입에 모든 것을 걸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라며 "다양한 버전의 영화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아이맥스와 3D 상영 등으로 대변되는 극장간 차별화의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영화칼럼니스트 김형석씨는 "같은 영화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 '국가대표 완결판' 개봉과 관람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화 제작과 상영의 급속한 디지털화도 '쌍둥이 영화'의 동시 개봉을 부추기고 있다. KM컬처의 류은숙 이사는 "디지털 작업으로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었다"며 "필름을 재편집, 프린트를 새로 만들었다면 동시 개봉은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대표 완결판'은 디지털상영관에서만 상영 중이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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