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기사들을 통해 한식 세계화를 위한 전제 조건 중 하나로 '전통 속 현대성의 발굴 및 이를 통한 산업화'가 제시됐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만나 봐야 할 이가 있다. 조리 분야 및 외식 산업 분야 특화 대학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충남 홍성군 혜전대에서 호텔외식조리계열 교수로 있는 홍기운 한국외식산업대학교수협의회 회장이 바로 그다.
"한식 세계화의 주역이 누구인지 따져 봅시다." 달변과 다변으로 유명한 그는 대뜸 기자에게 따져 물었다. "일단 우리 땅에서 힘들게 농사를 지어 1차 원자재를 제공하고 있는 농·어민과 축산인이에요. 그리고 다음이 바로 이를 가공하고 유통하며 서비스하고 있는 외식 산업체 관계자 아닙니까."
그는 숫자를 들이밀었다. "2008년 12월 기준으로 국내 외식 산업 시장 규모는 약 60조원에 달하고 75만개의 음식점에서 약 250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내고 있어요. 게다가 150개 대학에 외식 조리 관련 학과가 개설 돼 있죠. 그러나 이들을 여전히 식당 주인이나 식당 종업원으로 취급하는 게 현실입니다."
수많은 외식 브랜드 개발과 컨설팅을 통해 한국 외식 산업이 처한 절박한 현실과 위기감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3년 전부터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 왔다. "제가 외식산업경영학회 회장을 맡고 있을 때부터 추진한 법안이 바로 외식산업진흥법인데 아직도 미완성입니다. 한국 외식 산업이 식품위생관리법이라는 규제 법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죠."
그는 한국 외식 산업의 현대화와 산업화가 바로 '한식 세계화를 위한 초석이라 믿는다. 이 과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한식 세계화는 일시적 한식의 유행이나 정치권 일부의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 음식의 키워드라 할 수 있는 '건강' '기능' '천연' '영양' '감성' 등의 요소는 글로벌 트렌드와 딱 맞아 떨어집니다. 잠재성이 있는 이런 키워드들을 한국 음식의 글로벌 스탠드화라는 목표로 구축해 나가야 합니다."
홍 회장은 그 방법으로 학자다운 답을 내놓았다. "우리 음식의 기술혁신화 정보화 시스템화 선진기법화 정책화 등을 통한 외식 업체 전체의 혁신과 재창조가 이뤄져야 합니다. 이는 곧 '한국적 음식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편협한 명제에서 탈출하는 데서 시작될 겁니다."
홍성= 김대성 기자 lovelily@hk.co.kr
■ 이웅규 교수가 본 홍 회장은
홍기운 교수는 한국 외식 산업계의 1세대 리더이자 산 증인이다. 해태음료 연구원으로 시작해 ㈜대상을 거치면서 20년이 넘게 외식산업계에 발을 담고 있는 그는 한국 외식 산업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다.
1998년 대상에서 퇴직한 그는 혜전대 교수가 됐지만 그이후에도 한국을 대표하는 외식 기업체인 BBQ와토다이 등의 자문위원을 맡으며 현업과의 끈을 놓지 않고있다. 외식 산업이 진정한'산업'으로 대접받기를 소망하기 때문이다.
그는 한식 세계화 관련된 중요한 단서를 제시했다. 시스템과 제도로 운영되지 않는 한식 세계화는 도달 할 수 없는 허상이라는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1차 생산자인 농민, 유통과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외식산업체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과 지원제도 마련이 지금 시작돼야 한다는 뜻이다.
세계한식요리경연축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백석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