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외교를 강조하면서 미국과는 대등한 관계를 표방하고 있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중일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국제 외교 무대에 정식 데뷔한다. 그가 민주당 정권 출범을 전후해 생겨난 미국과의 미묘한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지, 아시아 외교 구상은 어떻게 펼칠지 주목된다.
유엔총회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 하토야마 총리는 6일 동안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등과 연쇄 정상회담을 갖는다.
주목되는 것은 새 정권 출범으로 다소 불편해진 미일 관계 회복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현안 논의보다 "신뢰 조성"을 우선하겠다고 밝혔지만 함께 방미한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무장관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회담에서 자위대의 인도양 급유지원, 핵 밀약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朝日)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하토야마 새 정권은 인도양 급유를 중지하는 대신 농업이나 직업훈련, 비정부기구(NGO) 활동 지원 등으로 아프가니스탄을 돕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카다 장관은 아프간 부흥 지원을 위한 육상자위대 파견에 "미국으로부터 요청 받은 적이 없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표시했다.
자민당 정권이 '비핵 3원칙'을 어기고 핵무기를 실은 미 군함의 일본 기항ㆍ통과를 허용했다는 미일 밀약설에 대해 오카다 장관은 "미국에 피해를 주려는 것이 아니다"며 "미국에 영향이 있는 것은 함께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진실은 규명하되 되도록 양국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대안을 찾겠다는 뜻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정상과는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자고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또 22일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25% 삭감토록 하고 개발도상국에 일본의 친환경기술과 자금을 제공하는 지구온난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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