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아파트에서는 오래 된 자전거들을 정리하는 행사를 벌였다. 가끔 지나치다 보면 자전거 보관소에 묶인 자전거들이 영락없는 고물처럼 느껴지던 참이었다. 먼지가 자욱이 내려앉고 녹이 슬었다. 아예 안장이 빠져 달아난 자전거들도 있다. 며칠 주인을 찾는 안내방송을 하다가 그래도 찾아가지 않는 자전거들은 한꺼번에 고물상으로 넘긴다. 아파트 광장 한곳에 찾아가지 않는 자전거들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그렇게 누워 있으니 자전거처럼 보이지 않는다. 한때 누군가에게 보물 1호였을 자전거가 이렇듯 찾아가는 이 없는 고물이 되기까지, 자전거를 타기 힘든 우리의 도로가 한몫했을 것이다. 몇 해 전 독일에 갔을 때 우리는 종종 인도로 착각한 자전거 도로에 서 있다가 자전거 운전자들로부터 주의를 받곤 했다. 갈림길에 이르르면 그들은 양팔을 좌우로 뻗어 자신이 갈 방향을 뒷사람들에게 알려주곤 했다.
독일에서 가장 부러웠던 건 칼도 아니고 자동차도 아닌 바로 자전거 도로였다. 자전거 도로를 확보하지 못하고 늘 뒤따라오는 자동차의 경적 소리에 쫓기는 우리의 자전거 운전자들은 자전거버스를 만들어냈다. 자전거를 들고 탈 수 있는 버스가 아니라 수많은 자전거들이 떼를 지어 도로를 점령하고 달리는 것이다. 타고 내리는 정류장도 있다. 자세부터가 달라진다. 더이상 숫적 열세로 밀리지 않으므로.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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