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변호사가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보였다. 늘 좋은 모습으로 사회와 만나던 이가 몹시 힘든 모양이다. 국정원이 후원 기업 등을 불법 사찰한다고 비난했다가 명예훼손 소송에 걸려 난감한 것 같아 딱하다. 그는 회견에서 배포한 <진실은 이렇습니다> 에서 '정권 단죄' 등 결연한 소신을 밝혔다. 논평하기 여러모로 불편하지만, 마냥 지켜보는 것도 도리가 아니다. 진실은>
빗나간 불법사찰ㆍ소송 논란
박 변호사는 국정원이 국가를 원고로 2억 원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진보 언론과 법률가들도 "국가는 명예훼손소송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편든다. 그러나 국정원이 과장된 '사찰' 비난에 소송으로 맞선 것이 논란의 진짜 핵심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국정원이 은밀하게 작용한 자취를 입증하기는 어렵다. 박 변호사 말처럼 권력 향배에 민감한 세태에서 기업 스스로 후원을 중단했을 수도 있다. 소송자격 시비는 사실과 무관하게 초점을 흐린다. 실제 법원은 '안기부 X파일' 보도와 관련해 국정원이 MBC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국정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한 것은 그를 하부기관으로 둔 원고 대한민국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박 변호사도 사리를 아는지 <지역홍보센터> 이야기를 길게 했다. 일본에서 여러 지자체 정보를 모아놓고 특산물도 파는 것을 보고 2007년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제안했다며 "전적으로 내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추진됐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박 변호사의 희망제작소가 3년 간 운영을 맡기로 했는데, 바뀐 정부가 일방적으로 위탁 계약을 해지했다는 것이다. 지역홍보센터>
그게 독창적 아이디어일까. 또 불과 몇 달 만에 프레스센터 1층에 문을 연 것이 남다른 열정 덕분일까. 그보다 지자체 출연기금으로 만든 지역홍보센터를 행자부가 희망제작소에 맡긴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게다가 행자부가 <지역진흥재단> 을 설립해 이사장 등 20여 명을 파견한 것을 애초 잘못으로 여겼다니, 고유한 역할과 거리 있는 일을 맡기 위해 공무원들의 자리 늘리기에 놀아난 꼴이 아닐까. 지역진흥재단>
박 변호사는 계약 해지를 "좋은 거버넌스 모델을 만들자는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버렸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정작 지역에서는 적잖이 반대한 듯하다. 2007년 9월 대전 서구의회 행정자치위 회의에서는 행자부가 인구 30만 이상 자치구는 지역진흥재단에 1,000만원씩 출연하도록 한 것을 놓고 이런 질의 답변이 오갔다.
-한진걸 위원: 반강제적으로 설립한 법인은 정권이 바뀐다든지 하면 유야무야 사라진 경험이 있고요. 자료를 보면 지역과 특산물 홍보는 우리 실력으로 충분하고요. 재정이 어려워 의회에서 부결됐다고 하면 좋겠습니다.
-자치행정국장: 저도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각 시ㆍ도 별로 서울사무소가 있고…, 사실 지적하신 대로 썩 저기한 것은 아니지요.
하나은행이 300억 원을 출연해 추진하기로 한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의 중단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박 변호사는 하나희망재단이 2,000만원 이상의 소기업 지원사업에 동의했다가 무산시킨 것은 압력 탓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잡다한 논란에 앞서 시민단체에 적절한 사업인지 의문이다.
진실로 다시 원점에 서기를
박 변호사는 정부의 시민단체 핍박 사례를 열거하면서, 이명박 정부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 단언했다. 또 압제와 싸울 것을 다짐했다. 그러나 그런 격정보다 인상 적인 대목이 있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당선 뒤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직후 찾아가 환경미화원 유자녀 돕기에 쓸 것을 설득, 4년간 전액을 기부 받았다는 회고다. 또 "지난 봄 희망제작소 후원회에서 그 동안 드나들던 기업인들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며 세태가 절망스럽다고 토로한 대목이다.
평판대로 아직 순수하거나, 반대로 쉬운 성공에 오만해진 듯한 느낌이다. 그 자신의 진실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박 변호사가 진실로 다시 원점에 서기 바란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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