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8,125m) 정상에서 내려오다 추락사한 여성산악인 고 고미영씨가 10여년 전 산악 등반 대회에서 받았던 상금이 죽음 이후에야 주인을 찾게 됐다.
21일 고인의 유족에 따르면 지난주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서 유족을 찾는 전화가 걸려왔다. 프랑스 현지인 의사가 유족 연락처를 물어 왔다는 것이다. 이 의사는 1998년 프랑스에서 열린 스포츠클라이밍대회 당시 2등 상금으로 고인이 받았던 1,000유로(약 177만원)를 보관하고 있었다.
이 의사는 그동안 상금을 전해 줄 방법을 찾지 못하다가 언론 보도를 통해 고인의 사망 소식을 접한 뒤 주 프랑스 한국대사관을 통해 유족의 연락처를 문의했고, 현지 대사관은 다시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려 온 것이다. 프랑스인 의사는 고씨는 세상을 떠났지만 유족에게라도 상금을 전해 주고 싶다는 뜻을 대사관을 통해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고인이 98년 프랑스 스포츠클라이밍대회에서 준우승한 것은 기억했지만 상금이 얼마였고, 이 상금이 왜 프랑스인 의사에게 맡겨졌는지에 대해서는 당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전해 왔다.
고씨의 언니 미란씨는 "미영이가 작은 일까지도 다 얘기를 했는데 이 얘기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어 전화를 받고 놀랐다"며 "미영이의 상금을 유족에게라도 돌려 주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듣고, 낯선 땅에서도 미영이를 잊지 않고 이렇게 생각해주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에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유족은 10여년 만에 돌려받게 된 고인의 땀이 밴 상금을 뜻 깊은 일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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