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1일 미국외교협회와 코리아소사이어티 등이 공동 주최한 오찬 간담회에서 언급한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은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전제로 북한 체제의 안전보장과 국제사회의 지원을 동시에 진행하는 일괄 타결 방침으로 요약된다.
'단계적 조치에 대한 단계적 대응'이란 6자회담 기존의 원칙에서 벗어나 논의의 시작 단계에서부터 북핵 프로그램의 핵심 부분을 폐기하는 최종 목표를 제시한 뒤 이에 대한 북측의 이행여부를 지켜보고 큰 틀의 '당근'을 함께 제공하자는 북핵 해결의 '원샷 딜(일괄타결 협상)'인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간 북한은 '살라미 전법'(흥정 대상을 여러 조각으로 나눠 야금야금 실속을 챙기는 전법)을 구사했을 뿐 가시적 핵 포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이제는 근본적 으로 접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북한은 핵 협상 과정에서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는 등의 상징적 조치를 취하면 국제사회에서 중유 제공이나 대북 제재완화 등 그에 상응하는 지원을 받곤 했다. 그러나 그 이후 핵 포기 프로그램의 이행 협상을 파기하고 다시 핵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행태를 반복해왔다. 때문에 국제사회의 지원 노력이 오히려 북핵 개발을 도와준 결과가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핵 폐기를 위한 조치로 국제사회의 감시 아래 핵 연료봉 제거나 핵 개발과 관련한 미사용 연료의 해외 재반출, 5Mw원자로의 중요 구성장치나 부속 제거 등을 동시에 요구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요구를 북한이 모두 이행할 경우 체제보장과 대북지원 등을 한꺼번에 진행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최근 양자 또는 다자 대화를 언급한 것과 관련, 자칫 북핵 문제가 6자회담 내 '5개국 대 북한'의 구도가 아니라 북한과 개별 국가간 문제로 바뀔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들어있다.
북한이 개별적 접촉을 통해 미국에는 경제지원을, 중국과 일본에는 현물지원 등을 꾀하는 식으로 국가별로 돌아가며 필요한 부분만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북미대화가 진행될 경우 제재 일변도의 남측만 북핵 문제에서 소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우려를 차단키 위해 총체적으로 의미 있는 조치에 대한 의미 있는 반대급부를 제안한 것이란 설명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북 포괄적 패키지 개념을 설명했으며, 미국측은 이를 '그랜드 바게닝(Grand Bargaining)'이라고 표현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랜드 바겐은 이 대통령이 최근 제안한 '포괄적 패키지 딜'과 같은 맥락이나 패키지라는 표현이 주로 주는 쪽에 방점이 찍혀 있어 5자협의 참가국들이 이 용어를 더 이상 쓰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랜드 바겐은 서로 주고 받는 개념에 주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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