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18일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이 양자 및 다자 회담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에게"북한은 비핵화의 목표를 계속 견지할 것이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수호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 문제를 양자(雙邊)대화와 다자(多邊) 대화를 통해 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북미간 양자 협상만을 고집해온 북한이 다자 회담 참여의사를 밝힌 것은 지난 4월14일 탈퇴를 선언한 6자회담으로의 복귀 가능성을 연 것이어서 북핵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 같은 북한의 변화에 대해선 그것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근본적 자세전환에서 비롯된 것인지 여부가 주목된다.
6자회담 재개와 관련, 현재 추진되고 있는 북미간 양자 회담 이후 6자회담 일정이 가시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북미 양자 회담에서 6자회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은 다자 회담이라고만 했을 뿐 구체적으로 6자회담을 명시한 것은 아니어서 변수는 남아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은 다이 위원에게 북미 양자대화의 추진으로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하는 중국의 입장을 고려한 듯 '북중 수교 60주년 기념의 해'의 의미도 강조했다. 그는 "북중 양국의 견고한 우호 관계는 선배들이 물려준 귀중한 전통"이라면서 "수교 60주년을 맞아 양국간 고위층 교류와 각 분야의 협력을 통해 우호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후 주석도 이날 다이 위원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서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을 강조했다. 후 주석은 친서에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고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 발전을 증진하는 것은 중국의 일관된 목표"라며"중국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과 함께 모든 노력을 기울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김 위원장이 다이 위원을 만나 후 주석의 친서를 전달받았다"면서 "양국 친선관계와 상호 관심사에 대해 대화했다"고 보도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부 핵심 당국자는 "일단 고무적인 신호로 봐야 한다"며"그러나 전후 맥락을 충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발언내용을 확인해 봐야 한다"며 "북한이 과연 어떤 의도와 조건을 내걸었는지 면밀히 확인해 본 이후에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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