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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뺀 '대등 美日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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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뺀 '대등 美日관계'

입력
2009.09.21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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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등한 미일 관계'를 주장해온 하토야마(鳩山) 새 일본 정부가 대미 정책에서 갈수록 신중해지는 모습이다. 주일미군기지 관련 재협상은 없다던 미 정부도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새 일본 정부에 대한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고 있다. 양쪽 모두 유연해진 것이다. 유엔총회를 계기로 23일께 열릴 첫 미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의 가닥을 잡기 전까지는 가능한 한 대결 자세는 서로 피하겠다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일본 방위성 장관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오키나와(沖繩)현 후텐마(普天間) 미군 비행장 이전에 대해 "현 바깥이나 해외 이전이라는 선택은 상당히 힘들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후텐마 기지의 오키나와 이외 지역 또는 해외 이전이라는 민주당 정책의 현실성을 낮게 본 것이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무장관은 18일 새 정권 출범에 맞춰 방일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와 만나 "미일간에 과제는 있지만 30년, 50년 미일동맹이 지속 가능하도록 전력을 다하겠다"며 양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는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현안 논의를 서두르기보다 신뢰 조성을 우선하겠다며 대미 외교 조정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직후 주일미군기지 재편과 관련, "재협상은 없다"고 못을박았던 미 정부도 일본이 문제를 제기하면 협상할 수 있다며 자세를 바꾸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하토야마 정부 출범 직후 "굳건한 미일동맹관계는 어떤 정치적 변화에도 견딜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며 안보상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어떤 정권도 정책을 변경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재협상을 제기할 경우 응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자위대의 인도양 급유지원 계속을 요청했던 미 국방부 대변인도 "일본 정부는 국내 정치면에서 고려할 문제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며 "앞으로 (아프가니스탄 지원에서)일본이 어떤 역할을 할지 정하는 것은 일본"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미 국방부는 내년 1월 이후 일본이 급유 지원을 중단할 경우 다른 방식의 아프간 지원을 조건으로 이를 받아들이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일 관계는 23일께 열릴 하토야마-오바마 정상회담, 오카다-클린턴 장관 회담에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10월20일께 일본을 방문, 주일미군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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