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일본세가 휩쓸던 유럽 바둑계에 한국이 주최하는 대형 바둑대회가 새로 탄생한다. 다음달 3, 4일 이틀 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제1회 기도컵(Kido Cup) 유러피안바둑챔피언십이 열린다. 이 대회는 한국의 오로미디어가 주최하고 기도산업이 후원하며 유럽바둑협회 독일바둑협회 함부르크바둑협회가 공동 주관한다.
한국이 주최, 후원하는 바둑대회가 유럽지역에서 열리는 건 1999년 러시아에서 LG배 바둑대회가 개최된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기도컵 대회는 총 상금 3,000만원으로 유럽지역에서는 유럽바둑콩그레스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여서 독일뿐 아니라 유럽 각국에서 많은 선수들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회는 최강부를 비롯해 여성부 남성부 청소년부 어린이부 등 총 5개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유럽지역의 바둑 열기는 생각 이상으로 뜨거운 편이다. 유럽 전역에 걸쳐 200만명 가량의 바둑 인구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유럽 각국을 순회하며 매년 개최되는 유럽바둑콩그레스는 벌써 53년의 역사를 이어 오고 있다.
그러나 유럽지역에 대한 한국 바둑계의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동안 유럽지역 바둑 보급의 선두 주자는 단연 일본이었다. 1985년 일본 프로기사 이와모토 가오루가 사재를 털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유럽바둑문화센터를 건립했고 일본 기업들이 각종 유럽 바둑대회에 많은 지원을 했다. 그래서 지금도 유럽에서는 '바둑'보다 '고'(Goㆍ碁)라는 일본식 명칭이 널리 알려져 있다. 바둑 용어에서도 '조세키'(Josekiㆍ정석) 같은 일본식 표현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한국의 자그마한 바둑 관련 기업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유럽지역에서 번듯한 바둑대회를 개최해 한국 바둑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쏠린다. 주최사인 오로미디어(대표 조창삼)는 주간바둑신문을 발행하면서 국내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영문 바둑책을 발간, 유럽과 미주지역에 보급하고 있으며, 매년 유럽바둑콩그레스에 참관단을 모집해 참가하는 등 한국과 유럽의 바둑 교류에 힘써 왔다.
이 같은 노력에 따라 최근 터키에서 열린 제1회 터키여름바둑캠프에서는 일본 바둑책을 제치고 오로미디어에서 발간한 바둑 책이 교재로 채택되는 등 유럽지역에서 한국 바둑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대회 후원사인 기도산업은 모터사이클용 특수의류 전문 업체로 대표이사 박장희씨는 대한바둑협회 이사를 맡고 있다.
현재 독일 함부르크에서 바둑 보급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윤영선 5단은 "유럽에서 한국이 주최하는 바둑대회가 열리게 돼 가슴이 뿌듯하다. 현지 바둑인들도 기도컵에 무척 관심이 높다. 유럽은 생각만큼 바둑대회가 많이 열리는 게 아니어서 이번 대회를 계기로 유럽지역 바둑 보급에 크게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반가워했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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