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깜짝 회동' 응한 이유는현 회장 빈손 귀환땐 역풍 우려 불구남측에 '통 큰 선물'은 없을 가능성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6일 일주일간의 '삼고초려' 끝에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이 이날 오후 9시께 두 사람의 오찬 회동 사실을 보도하기 직전까지도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될 것이라는 전망은 거의 없었다.
김 위원장이 현 회장을 일주일이나 기다리게 한 점, 15일 이명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전향적 대북 메시지가 전혀 담기지 않은 점, 17일부터 한미 합동 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이 시작되는 점 등 비관적 징후들이 많았다.
김 위원장이 '깜짝 회동'에 응한 이유는 뭘까. 우선 오랫동안 대북 사업을 일궈 온 현대 가문에 대한 단순 예우 차원이었을 수 있다. 또 현 회장을 끝내 만나지 않고 돌려보낼 경우 남한의 대북 여론이 악화할 수 있음을 감안했을 수 있다. 이런 경우라면 16일 회동에서 금강산관광 재개, 개성공단 활성화, 백두산 관광 등 현 회장이 원하는 현안에 대한 깊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현 회장의 요구에 대한 김 위원장의 '긍정적 메시지'는 없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 아울러 현 회장의 잇단 체류 연장은 북한에 끌려 다닌 방증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손해 나는 거래를 하는 법이 없다. 어떤 회동이나 이벤트에 대해서도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 북한의 습성이다. 때문에 김 위원장이 현 회장을 만나기로 한 것은 현 회장이 제시한 남한 당국의 메시지나 선물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 경우 김 위원장은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대화에 응했을 것이다. 물론 정부는 "현 회장은 정부 특사가 아니다. 전향적 메시지나 선물을 들려 보내지 않았다"고 극구 부인하고 있다. 현 회장이 애초엔 빈 손으로 갔다가 김 위원장이 만남을 거부하자 남한 정부에 거듭 요청, 선물을 받아 낸 것이 회동 성사의 배경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추측이 맞다면 대북 사업 재개에 긍정적 신호가 켜진 셈이 된다. 북한이 대화를 이어가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남 라인 총책인 김양건 노동당 통전부장이 회동에 배석하고 현 회장이 이날 오후 실무진들과 추가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좋은 징후다. 달러에 목 마른 북한이 외화벌이 창구인 남북 경협사업을 내치기 어려울 것이란 현실론도 있다.
김 위원장은 16일 모종의 메시지를 전해 남한 당국을 떠보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김 위원장의 진짜 의도는 현 회장이 돌아온 뒤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북한이 회동 날짜를 질질 끈 것을 보면 남한에 준 선물 보따리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최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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