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톤의 거대한 몸체로도 경주마처럼 빨리 달렸던 최강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티렉스)와 판에 박은 듯 닮았지만 몸무게는 100분의1에 불과했던 '티렉스의 조상'화석이 발견돼 과학자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이 화석은 중국 동북부 지역에서 화석 도굴범들에게 발견돼 밀반출된 것이다. 사이언스지 인터넷판 사이언스익스프레스가 17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 시카고대학 고고학자들은 약 1억2,500만년 전 것으로 밝혀진 이 화석이 티렉스보다 3,500만년 전에 출현했던 티렉스의 조상임을 확인했다.
화석을 구입해 과학자들에게 제공한 미국인 수집가의 이름을 따 '랩토렉스 크레이그스타이니'라고 명명된 이 공룡 화석은 살아있을 때 몸길이 약 3m에 몸무게는 약 60㎏로 성년에 가까운 5~6세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공룡은 큰 머리와 강한 근육, 아주 작은 앞다리, 날렵하게 긴 뒷 다리 등 티렉스의 특징을 모조리 갖추고 있다. 연구진은 이 화석이 '티렉스의 설계도'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최근까지 학자들은 티렉스 조상의 앞다리는 원래 길었지만 직립하기 위해 차츰 짧게 진화한 것으로 추정해왔다. 하지만 시카고대 연구팀은 "랩토렉스의 발견으로 티렉스에 대한 기존의 학설이 대부분 틀렸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티렉스는 앞다리가 짧아지고 직립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 아니라, 원래 작은 몸통의 조상이 점점 몸집이 비대해지는 방향으로 진화해 약 9,000만년 전까지 아시아와 북미대륙을 지배했다는 것이다.
랩토렉스 화석은 큰 돌 덩어리 속에 파묻힌 채 발견됐으며 밀반출돼 화석 수집가 헨리 크레이그스타인이 구입했다. 크레이그스타인은 조만간 이 화석을 중국에 반환할 계획이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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