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문학교과서가 표기 잘못 등 실증적 차원의 오류, 텍스트에 대한 도식적 해석 등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홍정선 인하대 국문과 교수는 문학교육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다룬 근간 <문학의 교육, 문학을 통한 교육> (문학과지성사 발행)에 실린 '고등학교 문학교과서를 통해 본 우리 문학교육의 현주소'라는 글에서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문학의>
우선 원전 텍스트를 정확하게 고증하지 못한 실증적 오류가 두드러진다. 가령 정지용의 시 '유리창1'의 경우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린거린다'라는 첫 행을 6개의 문학교과서에서 '어른거린다'로 고쳐놓았다.
김광균의 대표적 시 '설야'의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을 하고'라는 구절을 '찬란한 의상을 하고'라는 식으로 표기한 교과서도 있다.
'차단-한'은 시인의 다른 작품 '와사등'에서도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있다'처럼 쓰인 시어로, 단절적이며 차가운 느낌을 주는 시인의 독특한 조어이다.
편찬자의 주관적 애국심이라는 프리즘, 혹은 오로지 외부상황과의 관계에 의해 텍스트를 해석한 오류도 발견된다. 가령 윤동주의 '십자가'는 나약한 인간인 화자가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처럼 자기희생의 길을 걸을지를 고뇌하는 작품이지만, 식민지 치하라는 시대적 상황과 연관시킨 무리한 설명을 발견할 수 있다.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목아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는 구절을 '조국이 희생을 요구한다면 기꺼이 목숨을 바치겠다는 다짐이다'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내 머리조차 가쁜하다'는 '망국의 슬픔을 씻은 듯 상쾌하다'로,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를 '민족이 다 함께 못 가지만 나 혼자라도 기꺼이 전진하자'는 식으로 주관적 애국심의 관점에서 해석을 해놓은 교과서들도 있다.
홍 교수는 "문학교과서에 실린 시에 대한 설명의 상당수가 사회학적 환원주의라고 부를 수 있는 감정적 애국주의에 함몰돼 있는 것이 우리 교과서의 현주소"라며 "고등학교 교육을 마치고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이 아무리 가르쳐도 오뚝이처럼 경직된 사고체계로 들어가곤 하는 것은 이 같은 현실에서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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