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프 보르트베르크 등 지음ㆍ이광일 옮김/느림보 발행ㆍ264쪽ㆍ9,800원
셰익스피어는 왜 로미오와 줄리엣을 주인공으로 정했을까. 비중이 적은 머큐시오나 티볼트는 억울하지도 않을까. 만약 책 속의 인물들이 진짜 생명을 얻는다면, 작가를 마음대로 휘두르면서 이야기를 바꿔놓진 않을까.
<책들의 유령> 은 문학작품 속에서 살아난 인물들의 음모에 휘말린, 사춘기 소년 벤의 모험담이다. 소설가 이모와 사는 벤은 어느 날 이모가 서재에서 사라진 뒤 <로미오와 줄리엣> 책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한데 좀 이상하다. 로미오가 줄리엣의 품에서 죽는 원작과 달리 생뚱맞은 검은 그림자의 습격으로 목숨을 잃는 것이다. 로미오와> 책들의>
이 때부터 벤은 줄리엣, 머큐시오와 함께 소설 <백경> <돈키호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 <보바리 부인> 등 19가지 작품의 배경 속으로 이동하며, 각각의 인물들이 살해되는 현장을 목격한다. 결국 이 모든 소행은 이모의 작품 속 인물이 작가 위에 군림하고자 꾸민 것임이 밝혀지고, 벤은 보이지 않는 현실까지 다루는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다. 보바리> 파우스트> 젊은> 돈키호테> 백경>
많은 작품을 다뤄 속도감 있게 장면을 전환하면서도 작품마다 꼼꼼히 흐름을 짚어나감으로써 원작을 읽고 싶게 만든다. 공부를 핑계로 문학을 접하지 않는 청소년들에게 고전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켜 주는 책이다.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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