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졌다. 이번에는 국가대표 남자배구팀에서다. 26일부터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태능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박철우 선수가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상렬 코치로부터 손바닥과 주먹, 발로 얼굴과 배를 마구 구타 당했다.
사건 다음 날인 18일 기자회견을 자청한 박 선수의 얼굴은 끔찍했다. 왼쪽에 온통 피멍이 들었고, 배에도 구타 당한 흔적이 선명했다. 더욱 어이없는 것은 구타의 이유다. 단순히 선수단의 기강이 해이해져서, 행동이 건방지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박 선수의 말처럼 어디로 보나 '사랑의 매'는 아니었다. 현장에 있었던 동료 선수들 역시 코치의 감정적인 대응과 폭발이라고 증언했다.
코칭 스태프의 선수들 폭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만 해도 고려대 농구팀 감독이 선수 폭행으로 물러났고, 심지어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의 고발로 폭행과 촌지수수를 일삼던 야구팀 감독이 해임되기도 했다. 2005년에는 남자배구 LG화재 감독이 구타 사건으로 징계를 받았다.
폭력사건이 불거지자 이번에도 배구협회는 재빠르게 사과 성명을 내고, 당사자에 대해 무기한 자격정지를 결정했다. 그리고 지도자 자질을 검증하고, 주기적으로 선수를 면담하고, 구타 예방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과학기술부 역시 이미 6월에 '학교엘리트체육 운영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폭력과 성폭력 지도자를 영구 제명하겠다고까지 선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현장에서 폭력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자명하다. 아직도 체육계에는 성적 지상주의에 매달린 무분별한 지도자 기용이 만연하고 있다. 심지어 국가대표팀조차 그렇다. 윤리교육은 말뿐이다. 진상조사와 엄벌, 재발 방지보다는 사건을 감추기에 급급한 협회의 태도도 문제다. 오죽하면 박 선수가 기자회견에서 "재발 방지를 막기 위해 협회에 대응방안을 묻고 싶다"고 했을까. 어떤 이유로든 스포츠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 당사자와 주변의 용기 있는 고발이 '일회성 파문'으로 흐지부지 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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