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이 무리 없이 잘 치러졌다. 고인의 영전에 삼가 심심한 애도와 조의를 표한다. 많은 국민이 인생무상을 느꼈던 행사였다.
김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장으로 치러진 것은 그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요청해 이뤄졌다. 김 전 대통령의 국장을 보면서 상당수 국민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후 봉하 마을과 전국 각지에 설치된 빈소에서 문상행렬이 이어지던 장면을 떠올렸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장례는 국민장으로 치러졌다.
역사적으로 보면 조선 말엽 한일합방에 앞서 1907년 순종에게 양위한 고종이 1919년 승하하자 국상(國喪)이 시행된 바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가족장으로 치러졌고, 국장은 현직 대통령으로 서거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번에 김 전 대통령 뿐이다.
입헌군주제가 아닌 국가에서 국장제도가 존치하려면 현재의 국장과 국민장의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현행 규정을 보면 국장의 대상이 되는 인물은 '나라에 큰 공이 있는 이', 국민장의 대상이 되는 인물은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을 남긴 자'로 돼 있다.
이번 김 전 대통령에 대한 국장 결정 과정에서 일부 논란이 있었다. 정부 당국도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지만 필자는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국장과 국민장으로 이원화 되어있는 현행 제도를 국민장 하나로 단일화 할 것을 제안한다.
국가 지도자의 장례식이 국장과 국민장으로 나뉘어 있을 필요가 없다. 후세의 국민들이 장례 절차와 묘소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고인을 평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옛 서독(독일)의 빌리 브란트 수상은 베를린 젤렌돌프 묘지에 그야말로 봉분도 없이 초라하게 묻혀 있다. 그의 묘지 앞에는 1m 정도의 작은 묘비만이 세워져 있다. 그러나 후세인들은 그를 독일통일의 기초를 세운 위대한 정치인으로 추모하고 있다. 국가를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지를 기준으로 존경과 칭송을 받게 되는 국가적 전통이 확립될 날이 속히 오기를 바란다.
국장과 국민장을 통합하면 앞으로 닥쳐 올 역대 대통령들의 서거시 장례식의 격식 논란을 피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정치지도자들이 참다운 민주주의 정신으로 먼저 국민을 존중하는 '참된 겸손'과 조용한 다수가 공감하는 '국내외적으로 보편 타당한 원칙과 기준을 지키려는 노력'으로 대다수 국민으로부터 찬성을 받을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가 지도자의 장례식이 지금처럼 국장과 국민장으로 이원화돼 있으면 앞으로 대통령들이 전관예우에 얽매여 자칫 과공비례(過恭非禮)의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이는 돌아가신 분을 욕되게 할 수 있다. 우리 조국의 중차대한 현안 문제인 남북관계와 모든 중요한 정치적 결정에 있어서 상호갈등과 삼삼오오 국론분열이 계속될 수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고 국민총화를 위해 이런 고언을 드린다.
신상윤 수필가ㆍ전 한국수출보험공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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