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체육의 요람인 태릉선수촌에서 벌어진 선수 구타 사건으로 배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배구 국가대표 박철우(24ㆍ현대캐피탈)가 18일 저녁 서울 강남의 모 음식점에서 기자회견을 자청, 이상열 대표팀 코치로부터 구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상열 코치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지만 동료 선수들에 따르면 구타가 있었던 건 사실. 왼쪽 얼굴이 붉게 충혈된 박철우는 병원에서 떼어온 진단서를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폭행이 벌어진 건 17일 오후 6시께. 이상열 코치가 오후 훈련이 끝난 뒤 선수단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이유로 선수단을 질책했다. 이 과정에서"똑바로 하라"는 질책과 함께 박철우의 뺨을 때렸다. 이에 박철우가 "왜 때리냐"고 말하자 흥분한 이 코치가 뺨을 십여 차례 때렸다는 게 동료들의 목격담이다. 박철우는 18일 새벽 태릉선수촌을 이탈했다.
박철우는 기자회견에서"어젯밤 김호철 대표팀 감독과 상의했다"면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커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랑의 매였다면 받아들일 수 있지만 사랑의 매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박철우 아버지 박정선씨는 "국가대표라면 잘하는 선수다. 지도자라면 개나 돼지에게 하는 행동으로 선수들을 끌고 가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 예선에서 탈락한 배구 대표팀은 26일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예정이었다. 김호철 감독은 "모든 게 다 내 불찰이다. 내가 모든 걸 다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아시아선수권 출전이 코앞이라 코칭스태프를 바꿀 수 없는 만큼 아시아선수권을 마친 뒤 사퇴하겠다는 뜻이다.
대한배구협회 이춘표 전무는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불미스런 사태가 벌어져 배구팬들에게 죄송하다"면서 "늦어도 22일까지 감독, 코치, 선수 등 당사자를 불러 사태를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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