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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민주당의 부활을 위하여

입력
2009.09.21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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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추가 너무 기울어 있다. 정부ㆍ여당만 보이고 야당은 존재감마저 희미하다. 대통령과 여당의 절반 수준에서 헤매는 민주당의 지지율을 봐도 불균형은 심각하다. 어제 신문 1면에서 보듯 한국은행법, 세종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논쟁도 정부ㆍ여당 내 같은 편끼리의 일이다. 요즘은 청문회라도 있어 그나마 야당 목소리가 들리는 게 다행인 형편이다. 민주당은 뭘 하고 있는가.

이러니 민주당을 향해 연일 선명성 회복이니, 정책정당화니 하는 주문들이 쏟아진다. 상투적이기도 하거니와 대개는 자신들의 이해를 투사하거나, 아니면 반대의견을 압박하려는 속내가 보여 그다지 순수성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어쨌든 민주당이 부활하려면 체질을 확 바꿔야 한다는 점에는 다들 이견이 없어 보인다.

투쟁 전통이 이제는 족쇄

민주당이 자부하듯 우리 정통야당사는 민주화를 위한 투쟁의 역사다. 문제는 오늘의 민주당 체질도 여전히 그 '역사'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대개 투쟁만을 위해서라면 그저 상대가 정책이나 노선을 제시할 때마다 대척점에다 스스로를 자리매김하면 되니까 자기성찰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법이다. 투쟁이란 또 자신보다 큰 상대를 전제하므로 2등의식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자랑스러운 투쟁 전통이 거꾸로 지금은 민주당의 생산력을 약화시키고 의존형 정당에 머물러 있게 하는 원인이다.

야당 시절뿐 아니라 집권기에도 그들이 자주 기존 질서에 대한 반(反ㆍAnti)정서로 국가를 운용함으로써 비판 받았던 사실도 이런 체질과 무관치 않다. 두 번의 집권경력을 들어 자생력 부재를 반박할지 모르나 당시는 모두 진짜 실력보다는 상대의 자중지란이나 막판의 돌발적 국면 전환으로 인한 행운에 힘입은 바가 적지 않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정부ㆍ여당을 악으로 규정짓고 그들이 하는 일이라면 다 "사기, 거짓말"로 몰아붙이는 외에 별다른 논거나 방안을 내놓지 못하는 행태로는 대안정당으로서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그러므로 자명하다. 기존의 투쟁형, 의존형 체질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국가사회의 장래를 책임질 능력이 있음을 키워 보여주는 것이다. 핵심은 역시 사람이다. 당장 개방적 충원체제를 구축해 젊고 유능한 인물들을 대거 끌어들이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민주당은 각계 엘리트들이 정부ㆍ여당 쪽으로 더 많이 충원되고 있는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는 아마도 그들 상당수가 낡고 격해 보이는 투쟁문화에 생래적인 저항감이나 부담감을 느끼는 탓이 클 것이다.

충원구조에서의 비교열위는 당의 실력과 잠재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지난 대선 전 양대 진영 측의 대표 논객들을 초청해 '시대정신 대토론' 기획을 했을 때 솔직히 그 내용과 논리의 편차가 적지 않은 것을 보고 크게 우려했던 경험도 있다. 이런 인적 구조로는 장차 집권은 물론이거니와 통상의 이슈를 창출하고 다루는 데 있어서도 여당을 이기기 어렵다.

투쟁가나 운동가와는 거리를 두고 참신하고 똑똑한 인재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것은 민주당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진보적이고 개혁적이라고 주장하는 민주당이 수구집단으로 치부하는 여당보다 더 낡고 진부하게 보인다는 건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쇄신 없이는 미래도 없어

거칠게 연령대로만 따져봐도 40대 이하 현역 국회의원이 한나라당은 무려 50명 가까운 반면, 민주당은 20명도 채 되지 않는다. 대중적으로 주목을 끄는 젊은 정치인들도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에 월등히 많은 게 현실이다. 한나라당에선 벌써부터 차차기까지를 염두에 둔 그룹들이 형성돼 용의주도하게 일정을 관리해가고 있는 데 비해 민주당은 지금 어떤가.

여당이 상대적으로 낡고 불건강하게 보일 만큼 당의 문화를 역동적이고 건강한 이미지로 쇄신하는 것, 그게 크게 보아 민주당이 사는 길이고 국가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하는 길이다. 민주당이 지금처럼 무기력하게 경쟁에 뒤처져 있어서는 한국의 미래도 없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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