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이 어제 당정협의를 열고 벼 매입자금 1조원 지원, 농협 등의 수탁판매물량 확대를 골자로 한 '쌀 수급 안정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올해 쌀 생산량이 작년보다 적은 465만톤 안팎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작년 수준인 242만톤을 매입할 수 있는 자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 공공비축물량을 적절히 운용하면 민간부문의 재고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농민단체와 전문가들의 시장 진단은 판이하다. 국내 쌀 재고물량이 82만톤에 달하는 상황에서 올해 기상여건이 워낙 좋아 480만톤을 웃도는 대풍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수확기를 앞두고 산지 햅쌀 가격은 작년보다 20%가량 떨어졌고, 일부 농협은 저장 창고가 부족해 야적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작년 수준으로 추곡 수매를 하더라도 저장 공간은 11만톤 이상 부족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쌀 공급 과잉은 수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구조적인 문제다. 쌀 생산량과 재고는 늘어나는데 소비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참여정부 때 대북 지원(연간 평균 42만톤)으로 재고량이 감소하면서 과잉공급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을 뿐이다. 결국 최근 수년 동안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이 가장 효과적인 쌀 수급 대책으로 기능해온 셈이다. 대북 지원이 끊어진 지금, 쌀 생산을 줄이고 소비를 늘리는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쌀 재고 대란은 연례 행사처럼 벌어질 개연성이 크다.
정부는 앞서 쌀국수 쌀라면 개발 등 쌀 소비 촉진책을 내놓았지만, 갈수록 서구화하는 식문화를 감안할 때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따라서 쌀 재배면적을 적절히 줄여나가는 근본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옥수수 콩 등 대체작물 재배를 확대하고 그 소득 차액을 지원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최근 남북 간 유화국면이 조성되고 있는 만큼 대북 식량 지원이 보다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모색해야 한다. 아프리카 등지의 기아 국가에 대한 식량 지원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대외원조는 자원외교, 통상외교의 중요한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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