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18일 다자회담 참가 용의를 밝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이 북핵 문제를 진전시키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김 위원장의 발언이'빅 딜'의 출발점이 될 수 있겠지만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양자대화와 다자대화를 희망한다고 말한 것은 사실상 예견된 일이었다. 미국측에서 2주 내에 북미 양자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양측이 일괄타결을 모색해 합의가 가능할 경우 6자 틀로 간다는 데 의견일치를 본 것이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이른바 '빅딜'의 출발선에 서게 됐다는 점이다. 북핵 문제 해결과 북한 체제에 대한 보장, 북미간 수교를 포함한 북한의 국제사회 편입 등이 포괄적으로 논의되고 일괄타결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이란 얘기다.
물론 시간은 걸릴 것이다. 북한에게는 체제보장이 관건일 텐데 평화협정으로 가기 위한 중간과정이 필수적이다. 포괄적 패키지의 내용이나 북한에게 주어질 인센티브 등도 아직은 합의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북한으로서는 실리를 추구해야 할 시점이고,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로서도 최근 동유럽의 미사일방어체제(MD) 포기에서 보듯 대북 문제에서 외교적 성과를 내야 할 필요성이 큰 때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북미간 대화의 시작이 갖는 전략적인 모멘텀을 무게있게 받아들여야 한다.
■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양자 또는 다자'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은 북한이 경우에 따라서는 6자 회담 복귀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풀이된다. 유엔 대북 제재 결의 통과 이후 6자 회담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북한 입장에서 조금 더 완화됐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미국과 양자 접촉을 한 뒤 6자 회담 복귀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인 듯하다. 미국이 나머지 6자회담 4개국을 휘어잡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북한은 미국과의 양자 회담을 중심축으로 문제를 풀어가려 할 것이다.
이는 주변국들에게 6자 회담에 복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고, 북미 양자회담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대북 유엔제재결의안 등 국제적 압박도 약화될 것이라고도 기대할 것이다.
현재 크게 주고받는 포괄 협상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때문에 미국을 대화테이블 끌어내기 위한 유화적 전술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미국과 양자회담을 마친 뒤 핵포기를 명기한 9·19 공동성명의 무엇부터 이행할 지 등에 관해 세부 협상을 하게 된다. 현실 가능한 쉬운 것부터 실행하자고 할 것이다. 하지만 핵 포기 합의 이행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정리=양정대 기자 torch@hk.co.kr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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