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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리돼야 할 논문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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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리돼야 할 논문 시비

입력
2009.09.21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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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교수를 하다가 총리로도 나가고 장관으로도 나가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검증대에 선 교수들을 볼 때는 생각이 복잡해진다. 교수에 대해서는 특히 논문을 가지고 시비가 많이 벌어진다. 심지어 자기 대학 총장으로 뽑아놓고도 논문에 대해 시비를 걸기도 한다. 논문에 하자가 있으면 총리나 장관이 문제가 아니라 교수직 그 자체가 문제이다.

교수와 공직에 서로 다른 잣대

그런데 교수할 때는 가만있다가 다른 것을 하니까 느닷없이 논문을 가지고 물고 늘어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시비가 일고 있는 논문 문제는 표절, 자기표절, 이중게재, 번역게재, 무임승차 게재 등으로 대별해 볼 수 있다. 표절은 남의 논문을 베끼는 것을 의미하고, 자기표절은 기존의 자기 논문을 자기의 다른 논문에 베껴 쓰는 것이고, 이중게재는 동일 논문을 여기 저기 게재하는 것이고, 번역게재는 한글로 쓴 자기 논문을 외국어로도 발표하는 것이고, 무임승차게재는 제자나 타인이 쓴 논문에 자기 이름을 걸치는 것을 의미한다.

논문에 대한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우리 사회에는 아직 합의된 의견이 도출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인지 누군가가 문제를 제기하기만 하면 여론재판이나 마녀사냥 식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논문이란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글이며 그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은 그 분야 전문가 소수에 불과한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논문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표절은 불법행위이다. 그러나 어떤 것이 표절인지 판단을 내리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세상에 100% 독창적인 것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자기표절이란 더욱 애매한 개념이다. 같은 화가라도 비슷한 그림이 수없이 많다. 세계적 대가도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비슷한 그림을 많이 그린다. 그러나 자기표절이라는 말은 들어 보지 못했다. 논문도 한 분야에 집중해서 많은 논문을 쓰다 보면 같은 문장도 나올 수 있고 같은 표현도 나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였느냐이다.

이중게재는 판별이 간단한 문제이다. 그러나 이중게재는 학술지 스스로 처리할 문제다. 저자와 학술지가 양해한 사항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많은 학술지들이 독점적 게재를 원하기 때문에 학술지 허가 없이 비밀리에 이중게재가 되었다면 그 학술지에 의해 법적 제재를 당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학술지의 필요에 의해 이중게재가 이루어졌다면 그것은 그들의 사정이다.

번역게재도 이중게재와 비슷한 경우이다. 한글 논문은 외국인이 읽을 수 없다. 따라서 외국어 학술지들이 한글로 이미 게재되었던 사실을 문제 삼지 않는다면 제3자가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 이것은 그들의 문제이다. 한글 논문이 우수하다면 영어로도 실리고, 일어로도 실리고, 러시아로도 실릴 수 있는 것이다.

무임승차게재는 도덕적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논문에 자기 노력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면 기만행위이고 비난 받을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러나 우리의 사제간 문화나 동료간 문화로 볼 때 무임승차 여부를 판가름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공동저자가 고백하지 않으면 실체적 진실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공동저자는 공동 작업을 하고 당사들이 합의했을 때만 가능한 것인데 이것은 당사자들만 아는 사실이다.

학계 스스로 철저히 자성ㆍ검증을

이제는 우리도 이런 문제로 사회적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을 정도의 성숙한 사회로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계가 철저히 자성해야 하리라고 본다. 자기들이 해결해야 할 자기들의 문제를 스스로 처리하지 못하니까 비전문가인 제3자들이 나서서 이를 이용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학술 논문을 재단하는 일은 외국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하루속히 학계 스스로 철저한 검증시스템과 건전한 논문 문화를 정착시켜 논문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그래야만 학문도 발전하고 나라도 발전하는 것이다.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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