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 1,700선을 목전에 두고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기관투자자들 사이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바이 코리아' 행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계속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1,600선을 넘은 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개인들의 환매가 이뤄지면서 매일 뭉칫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18일 코스피지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수세가 유입되며 장중 1,700선을 뚫었지만 장 후반 기관투자자들이 '매물 폭탄'을 퍼붓자 1,699.71로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사상 두 번째로 많은 1조3,783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기관투자자들은 사상 최대 규모인 1조58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최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0일 4,480억원의 순매수를 보인 이후 11일 5,913억원, 16일 9,079억원, 17일 7,864억원 등으로 공격적인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최근 외국인들의 매수세를 기관 투자자들은 차익실현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그 동안 반토막났던 펀드를 들고 있던 개인들이 손실을 만회하자 대거 펀드환매에 나섬에 따라, 기관들도 주식을 대거 처분하고 있는 것이다. 17일의 경우 하루새 3,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펀드에서 순유출됐다.
그럼에도 불구, 외국인들의 매수공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UBS증권은 "FTSE 선진국지수 편입에 따라 유입될 수 있는 외국인 자금이 32억달러 가량"이라고 추정하고,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증시 순매수 규모가 26억달러에 달한 것도 FTSE 선진국 지수 편입과 무관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순매수에 데 대해 "FTSE 선진국 지수 편입을 앞두고 외국인들의 막바지 매수가 몰린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외국인 매수세의 절반은 장 마감 동시호가에 집중돼, FTSE 선진국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들이 종가 기준으로 주식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FTSE 선진국 지수 편입이라는 호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대만은 지수 편입에서 탈락했지만 역시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제로 금리인 달러를 빌려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는 신흥시장이나 상품시장에 투자하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을 비롯, 환차익을 노린 '핫머니'가 유입되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날 "갑작스런 매수 규모 확대나 빠르고 강한 매매 형태 등을 토대로 추정했을 때 최근 외국인들의 단기 투기성 자금이 유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핫머니가 유입되는 기간 동안은 펀드 환매에 따른 기관 매물을 충분히 소화하고 지수가 단기 급등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하지만, 반대로 경제 여건이 바뀌면 순식간에 빠져나가며 금융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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