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에 감염돼 사망한 A씨 유가족들은 장례를 치르면서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더욱 참담해진다고 한다.
신종플루로 사망했다는 소식에 친지 등 문상객들이 거의 없었고, 고인이 천주교 신자였지만 천주교식으로 장례도 치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인과 같은 성당을 다니던 신자들조차 조문을 꺼려 연도(煉禱ㆍ망자를 위한 기도)를 해줄 사람들이 없었다.
신종플루 확산으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필요 이상의 과민반응이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A씨 경우처럼 신종플루 감염과 상관없는 장례식 조문조차 꺼리는가 하면, 노숙자 등 소외계층에 대한 자원봉사의 손길도 줄고 있다. 신종플루 환자가 마치 큰 전염병에라도 걸린 것처럼 직장이나 학교의 따돌림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신종플루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환자나 사망자 유가족들에 대한 시선이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다. 지난 달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았던 이모(35)씨는 완치 후에도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이씨는 "일주일을 쉰 뒤 완치된 상태에서 회사에 출근했는데도 '좀 더 쉬다 나오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을 들었다"며 "직장 동료들이 함께 식사를 하는 것도 꺼려해 며칠째 혼자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약간의 감기 증세만 보여도 주변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안산의 모 고교 김모(30·여) 교사는 "고3 학급에서는 약간의 감기 증상을 보이는 급우가 있으면 주변 친구들이 따돌리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달 신종플루로 사망한 B씨 유가족들은 사망 직후 대학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기려 했지만, 신종플루 사망자라는 이유로 거부를 당하기도 했다. 병원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는 병원측 우려 때문이었다.
취약계층에 대한 봉사단체들도 국민들의 신종플루 과민반응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한 자선단체에서 정기적으로 노숙자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주부 안모(56)씨는 "신종플루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부터 매주 10여명이 넘었던 자원 봉사자들이 최근엔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며 "겨울이 되면 노숙자들에 대한 더 많은 손길이 필요한데 어떻게 봉사자들을 설득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승철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플루 전파력이 일반독감보다 빠르긴 하지만, 치사율 등 독성은 일반 독감보다 오히려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사회적인 과민반응이 오히려 의심환자들의 조기 치료를 막고, 노숙자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신종플루 확산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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