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노동부 장관 후보자를 제외한 신임 장관 및 대법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의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사실 이번 인사청문회는 과거에 비하면 '물 청문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랜 장외투쟁으로 야당의 진이 빠졌고,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의를 앞둔 의원들이 전력을 기울이기 어려웠다. 3명의 동료 의원과 1명의 의원 배우자가 포함되는 바람에 의원들의 '공격 본능'이 흐려지기도 했다.
그런데도 많은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사실이 확인되고, 일부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은 커졌다. 그러나 정작 후보자 본인이나 여당, 청와대는 확인된 위법행위와 제기된 의혹에 대해 특별한 문제의식을 드러내지 않았다. 과거와 달리 눈에 띄게 조용해진 여론에 기대어 인사청문회를 요식절차 정도로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공직 후보자들의 위장전입을 보는 국민 눈길이 갑자기 따스해졌을 이유는 없다. 유별난 교육열을 배경으로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을 매몰차게 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는 있지만, 보편적 현상이 아닌 데다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다. 더구나 부동산 투기 의혹은 법적 비난의 대상이 되기 어려운 경우라도 여전히 강한 윤리적 비난이 몰리게 마련이다.
삶의 조건이 나날이 나빠져 먼 곳을 바라볼 여유가 없고, 사회 지도층이 잇따라 드러낸 도덕적 무신경에 질려 낙담한 국민이라고 도덕적 기대와 요구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물론 급속한 변화를 겪어온 한국사회에서 도덕적 무결성과 능력을 함께 갖춘 인물을 찾기 어려워 도덕적 무결성에 집착할 수만은 없다. 또한 인사청문회를 사회 지도층에 대한 막연한 반감의 표출 기회로 삼으려는 태도도 곤란하다.
따라서 당사자의 깊은 반성과 사죄 자세를 전제로, 능력과 역량에 비추어 도덕적 결점을 상대적으로 판단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이런 상대적 잣대에도 미흡한 후보가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넘기고 장관 자리에 앉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아울러 적임자 선정과 검증에 필요한 시간여유가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적격성 의문을 다 걸러내지 못한 청와대의 검증능력도 자못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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